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그룹이 새해 주변 상황에 따라 대응법에 변화를 주는 `시나리오 경영`에 나선다. 시나리오 경영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변화를 예측해 상황별 대응법을 준비하는 경영기법이다.
2014년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 요소가 많다. IT와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다 수출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 양적완화나 환율 변동 가능성도 매우 높다.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경제민주화 이슈도 새해에는 급부상할 전망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새해에는 `시계 제로`의 인식 속에 신사업 진출이나 주력산업 투자규모 등에서 주변 상황에 따라 탄력적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주요 그룹이 큰 틀에서 내부 계획은 세우지만 불확실성을 고려해 상황별 대응체계를 갖추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글로벌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갖추고 국내외 주요 변수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강화하면서 보다 세밀한 대응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요 기관들이 추정하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5~4.0% 수준이다. 올해(2.8% 추정)보다는 소폭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재계는 이보다 불확실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4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년 경영 방향에서 `긴축경영`을 설정한 최고경영자는 41.3%에 달했다. 37.2%는 `현상유지`라고 답해 78.5%가 내년 상황을 낙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3.2%로 외부 기관 전망치보다 낮다.
주요 대외 변수로는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와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 등이 꼽힌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와 속도, 환율 동향은 수출 중심의 우리 기업에 직접 영향을 줄 요소다.
내부적으로는 경제민주화가 내년에도 핵심 이슈다. 이사 배상책임 제한 폐지와 신규 순환출자 금지·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의 법 개정은 최종 결정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그룹사의 투자와 고용 동향은 올해보다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독려하는 `창조경제` 동참과 신산업 발굴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한진·동부·현대·동양 등 리스크가 노출된 그룹들은 경영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주요 그룹의 새해 공통 키워드는 `새판 짜기`다. 그룹마다 기존 주력산업의 성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신수종사업 발굴에 대한 욕구가 높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삼성그룹도 삼성전자 이외 계열사는 부진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성장산업 마련이 필요하다. LG와 SK도 각각 자동차부품과 소재산업 등 신산업 발굴과 연착륙에 높은 비중을 두기로 했다.
한 시장조사업체 CEO는 “내년 주요 그룹 경영계획은 기존 주력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 재편과 신수종사업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SK·CJ·한화 등 수장이 자리를 비운 그룹의 경영 안정과 삼성 등 2·3세들로 원활한 경영권 승계에 나선 그룹의 사전 정지작업도 새해 주요 관심사”라고 밝혔다.
주요 그룹은 연말 정기인사를 마치고 새해 사업계획 막바지 조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계열사별 구상을 마치고 23·24일 양일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각 계열사 사장단 40여명이 참여하는 1박 2일 `삼성 사장단 경영 세미나`를 개최한다. 새해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주력사업과 신산업의 방향성을 최종 점검하는 자리다. LG와 현대차 등 주요 그룹도 연말까지 세부 조직개편과 내년 사업 최종 점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주요 기관별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
기획재정부 3.9%
KDI 3.6%
한국은행 3.8%
IMF 3.7%
금융연구원 4.0%
경영자총연맹 3.2%
LG경제연구원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