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게임산업 자존감은 안중에도 없나

[콘텐츠칼럼]게임산업 자존감은 안중에도 없나

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일명 `게임중독법`으로 불리는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소관 상임위 통과 여부를 놓고 다시 팽팽하다. 법안의 요지는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중독위원회`를 두고 도박, 게임, 마약, 알코올 등 4대 중독에 대한 예방과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찬성하는 이들은 이 법이 건전하게 술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아니듯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중독이 생겼을 때 방치하지 말고 치료해서 다시 일반인으로 되돌리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주장 그 자체로는 일면 타당한 점도 있어 보인다.

반면에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중독을 치료하는 것이 이 법안의 유일한 목적은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이 법안은 치료와 함께 `예방`도 아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중독 예방 및 치료와 중독폐해 방지를 위해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출 의무와 이에 필요한 재원 조달 의무를 부과(3조)하고 있다. 국민에게는 이에 협력할 의무를 부과하고(제4조), 중독물질 등의 생산·유통·판매에 대한 관리(제13조) 및 광고·판촉의 제한(제14조)이라는 구체적인 수단까지 명시하고 있다. 중독물질 자체의 생산, 유통, 판매를 관리하고 광고·판촉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기에 만약 게임이 중독물질이라면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게임이 인기를 모아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 CD를 아이폰처럼 며칠을 기다려 줄 서서 사고 게임 CD를 산 사람들은 밥 먹는 시간도 줄이면서 게임에 몰두한다고 하자. 이 게임은 개인의 아이디어와 창조적 개성을 발휘해 훌륭한 게임이 된 게 아니라 애초부터 게임이라는 분야가 갖고 있는 중독적 성격 때문에 인기를 얻고 게임을 팔아 돈을 벌게 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구매해 게임을 즐기기를 희망해온 개발자는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창조적 역량을 가진 개발자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중독적 심리를 악용해 돈을 번 파렴치한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다.

현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물 등급을 받으면 자유로운 유통과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웹보드 게임 규제도 게임 시간과 게임머니의 한도를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의 타당성은 뒤로 미루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게임분야는 분명히 다른 어떤 나라에 비해서도 충분히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제하는 논쟁의 핵심은 구체적 규제뿐 아니라 게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웅변해 준다. 잘하라고 북돋워주고 지원해줘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려운 판에, 이렇게 규제하고 저렇게 규제하고 규제 위에 또 규제를 얹으면 게임 업계가 가지고 있던 자존감은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 세계적 열풍의 주인공인 `앵그리 버드` 게임 개발사인 핀란드 출신 로비오를 표본처럼 생각하고 부러워했던 우리였다. 전직 대통령이 일본 제품을 보고 우리는 왜 이런 것을 못 만드냐고 한탄했던 것이 바로 닌텐도 게임기다. 게임 산업은 현재 돈을 잘 벌지만 집에서는 전혀 대우받지 못하고 온갖 잔소리에 구박만 받는 셋째 아들이나 다름없는 것 같다. 셋째 아들도 얼굴 잘생기고 키도 훤칠한 영화배우 같은 첫째 아들만큼이나 소중한 존재고, 모두 같은 형제이자 자식들이다. 어린 셋째가 가끔은 엇나갈 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먼저 부모님의 지나친 간섭에 상처를 받아 집 나가 만화가게를 차린 큰 누나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taeuk.kang@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