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난망 표류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10년째 표류하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이 정부 무관심으로 또다시 기약이 없다. 차라리 사업을 접으라는 성토가 끊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지휘 체계 실종이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의 재난망 추진단장도 예비타당성 조사 이후 3번이나 바뀌었다. 지금은 아예 공석이다. 가뜩이나 지연된 예비타당성 조사는 그 결과를 놓고 안전행정부와 한국개발원(KDI)이 이견을 보인다. 최종 결론 역시 언제 내릴지 모른다. 안행부와 KDI간 사업비용 추정치가 무려 두 배 차이가 난다니 계획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로 들린다.

재난망은 대형 재산 발생 시 경찰, 소방 등 관련 기관의 지휘체계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구축하는 전용 통신망이다. 재난망 구축 사업이 지연되면서 관련 기관의 통신 인프라 고도화는 덩달아 늦어졌으며, 유사시 인명, 재산 피해 우려도 커졌다. 이 때문에 박근혜정부는 40대 집중관리 과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체계 혼선 해소는커녕 더 어지러워지는 양상이다.

우리 재난망 사업이 이렇게 표류하는 사이에 선진국은 재난망을 넘은 새로운 통신 수단 확보까지 모색한다. 미국과 영국은 최근 통해 재난망 불통에 대비해 개인 휴대 단말기간 통신을 유도하는 기술(디바이스 투 디바이스)을 개발 중이며 자국 통신사업자를 통해 국제 표준화 작업까지 모색한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가 통신망 구축 사업엔 물론 신중해야 한다. 경제적 타당성도 면밀히 따져야 한다. 하지만 10년 넘게 표류하고,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이렇게 지연되고 결론까지 내리지 못할 정도라면 사업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럴 바엔 아예 일선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관련 통신 인프라를 개선하도록 해주거나 단계적 구축 계획으로 전환하는 게 낫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각에선 주무부처 이관 주장까지 나온다.

재난망은 국민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사업이다. 경제적 타당성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본질이 사라졌다. 또 기술은 늘 발전하기 마련이다. 구축하다 새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기술로 보완하면 된다. 이런 유연성이 없으니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