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에게는 현지화의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 인력 양성부터 현지에 맞는 경영 시스템 도입, 사회 활동까지 주요 현지화 사례를 소개한다.

◇현지 인력 양성
해외 생산기지를 가진 기업들은 모두들 현지 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내 인력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현지 시장에서 신뢰를 쌓고 사업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현지 전문 인력 채용은 필수다.
삼성전기는 5개국 13개 생산 거점을 운영하며 현지 인력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필리핀 법인에서는 대학 졸업사원을 엔지니어로, 전문대 졸업 사원은 설비기사 등으로 양성하고 있다. 사내대학 `드림캠퍼스`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필리핀 현지에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기 중국 동관법인에서는 그룹 단위별 보직장을 현지인으로 채우고 있다. 동관법인 인력은 중국 각지의 다양한 지역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마다 다른 성향과 특색을 가지고 있어 그룹 단위별 보직장을 현지인들로 구성하고 있다. 본사에서 파견한 주재원들은 그룹장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맞춤형 소통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1996년 설립 당시 약 200만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을 2012년 11억달러 규모로 500배 이상 성장시키는 바탕을 마련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중간 관리자 육성에 열심이다. 우수한 인력을 선발해 1년 간 국내 본사로 파견을 보낸다. 조직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 등을 학습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뿐만 아니라 우시 반도체 공장에 `부(副)파트장` 제도를 만들어 현지 구성원에게 직책과 더불어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런 경험을 통해 현지 구성원이 책임과 권한을 갖고 업무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나아가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개인 역량 향상을 지원해 미래 비전 또한 제시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중소 부품업체인 성호전자는 중국 웨이하이와 주하이 법인에서 현지 인력을 양성 중이다. 현지 관리 인력 비율을 높여 생산 경쟁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교육 인원도 현지 인원으로 보강해 숙련도 향상과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지에 맞는 생산·경영 효율화
해외 환경에 맞는 생산 시스템과 경영 효율화는 필수적이다. 현지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제품 생산과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LG이노텍 인도네시아법인은 현지 문화와 상황에 맞는 경영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상황에 따라 자재·설비, 인력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새로운 멀티 키팅 시스템(Multi Kitting System)을 개발해 생산 라인에 적용했다. 또 품질 향상을 위해 품질병원(Quality Hospital), 24시간 응급센터(911 Center) 등을 가동하고 있다. 다양한 체계 구축으로 현지에서 근무하는 전 임직원이 품질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SKC는 지난 1997년 설립한 미국 조지아주 법인에 글로벌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 가동 초기에는 급격한 시장 변화와 문화적 갈등으로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하지만 법인에 맞는 경영시스템(SiMS)을 도입하며 부작용을 해소했다. 기존 본사의 경영시스템을 문화적 특성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실행력과 통합·최적화, 지속적인 진화를 3대 기본 원칙으로 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갖추며 지난 2005년부터 흑자경영을 실현할 수 있었다”며 “애틀란타 총 영사관이 주관하는 성공사례로 뽑히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지 사회 끌어안기
현지 임직원과 주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활동과 공헌 활동도 필요하다. LG이노텍은 중국 법인 소재 지역의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진행 중이다. 매년 고아원 및 양로원 등을 찾아 책·학용품과 생활용품·가전제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인력 가족과 회사에 근무하지 않는 이들까지 껴안을 수 있었다. 또 한인상공회 문화행사도 지원하며 한국과 중국의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삼성전기 태국·필리핀 법인은 현지에서 상까지 수상하며 인정받고 있다. 태국법인은 지난달 태국 정부가 수여하는 2013년 최우수기업상(The Prime Minister`s Industry Award)을 받았다. 필리핀법인 역시 필리핀 경제자유구역청이 시상하는 `PEZA Award`에서 7년 연속 부문별 우수상을 획득했다. 해외 법인에서 환경 등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선 결과다. 필리핀 법인은 신입사원 봉사 프로그램 `NEO Kanlinga`도 운영하며 현지 노인요양시설과 보육원, 지역 초등학교 등에서 활발한 나눔활동을 벌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인들과의 화합 및 양국 간 문화적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운동회와 가요제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또 지난 2007년부터 매월 환경보호활동 및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실시하는 등 지역 사회를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