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신년기획]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문화+IT 성공모델 많이 만들어내야”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가 `문화융성 2년차`를 맞아 웅비할 태세다. 어느 나라보다 앞선 IT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민 누구나 문화를 향유하고,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무대에 우리가 만든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콘텐츠가 널리 퍼질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은 본지 신화수 논설실장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가진 신년 대담에서 정부 국정과제로 내건 문화융성을 실현하기 위해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화와 콘텐츠가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 속에서 만들어지는 창의산업이란 점에서 규제는 최소화하고 문화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2014 신년기획]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문화+IT 성공모델 많이 만들어내야”

문화융성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문화융성`을 정부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면서 지난 7월 출범한 대통령 자문기구다.

국민 개개인이 문화를 누림으로써 행복을 느끼고 저마다 느끼는 행복을 다시 문화의 발전동력으로 선순환시키자는 게 정부가 내건 문화융성의 목표다.

지난해 문화융성 정책 일환으로 국민 누구나 마땅히 누려할 기본권으로서 `문화권`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가 국민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목표도 내걸었다. 산업 측면에서는 48억달러 수준인 콘텐츠 수출 규모를 2017년까지 100억달러 규모로 확대하고 국내 콘텐츠 시장 규모를 120조원으로 키우는 등 여러 가지 야심찬 육성책이 제시됐다. 1% 안팎에 머무르는 문화재정을 2017년까지 2%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파격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올해는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문화융성`이란 큰 틀을 실현하는 첫 해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국정기조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내세웠습니다. 위원장이 바라보는 문화융성이란 무엇인가요.

▲문화가 융성하면 국민이 느끼는 행복도 커집니다. 문화융성 시대는 `새로운 문화정책의 틀`을 `자율` `상생` `융합`의 키워드 아래 국민과 지역이 주도하는 상향식,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전환해 문화융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다만 문화란 게 국민 스스로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만큼 단시간 내에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문화 환경이 바뀝니다.

우리 사회 문화 환경에서 노력하면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교육과 학교교육에서 문화가치를 생활 전반으로 스며들게 하는 것은 2~3년 내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위원회는 문화융성의 목표를 생활속 깊숙이 문화가 스며드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좋은 예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최근 전국적으로 전개되는 문화마을 운동이 대표적입니다. 대도시 중심에서 원도심 살리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 살리기 운동을 비롯해, 부산 북창동 등에서 이 같은 일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백년어서원과 또따또가를 중심으로 젊은 예술인의 문화예술 창작활동이 활발하고, 시민도 문화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원도심 외에도 이 같은 시민 중심 문화운동이 일어난다면 지역과 생활 문화가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외국엔 클래식과 같은 고급문화도 많이 대중화됐습니다. 미국도 음대생이 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거의 공짜로 가르치고, 연말에 교향악 연주회도 하는데 보기 좋았습니다. 입시 위주인 우리나라 풍토에 이런 고급문화 대중화 운동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리 사회도 문화마을·문화지역 커뮤니티 운동의 일환으로 문화자원봉사자를 투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대가 흐르고 경제가 좋아지면서 퇴직한 고급인력이 많습니다. 교사, 군인, 공무원, 기업인, 사회지도층 인사 등 고급 문화인력들을 지역문화 운동에 동참시키면 국민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문화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확산된다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운동이 우리 사회에도 번지고 있습니다. 마사회에서 운영 중인 농어촌 문화운동 등이 대표적입니다. 농어촌 오지에서 만들어진 20개 연합회가 꿈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세종문화회관에서 감동적인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런 운동이 확산된다면 문화예술도 진흥시키면서 삶을 문화로 풍요롭게 가꿀 수 있을 겁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은 하나의 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그 접점에 콘텐츠산업이 있다고 봅니다. 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습니까.

▲문화와 산업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위원회의 역할입니다. 순수한 문화활동과 함께 문화산업이 성장해야 합니다. 산업적인 면에선 문화와 IT가 접목되고, 융·복합이 이뤄져야 고부가가치와 창조경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25일 2차 회의인 대통령 보고 때도 이를 중점적으로 보고했습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인문학 진흥의 결합, 예술 진흥과 IT가 접목된 균형적인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위원회 차원에서 문화콘텐츠 육성을 위한 기본전략과 방안도 만드는 중입니다. 또 내수시장이 작은 문화산업은 해외를 겨냥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전통의 보존과 전승도 중요하지만 외래 문명을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통과 현대의 조합을 한식, 한옥 등 문화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 IT와 문화를 접목시켜 창조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노하우와 성공사례를 정리해서 연초에 대통령께 보고할 예정입니다.

-창조경제와 콘텐츠산업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규제문제로 시끄럽습니다. 게임과 인터넷 규제는 산업계는 물론이고 일반 이용자까지 반발을 샀습니다. 이런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마약, 알코올, 도박, 인터넷게임을 4대 중독으로 규정하고 이를 국가 차원에서 치유하자는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습니다. 정부부처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리고 일반 업계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사안입니다. 특히 게임 업계의 반발이 강했습니다. 입법 취지로 본다면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 등으로 부작용이 심한 면이 있습니다. 이 부작용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보면 이들은 중요한 문화산업의 일부이고 창의성을 기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충분히 심도있게 논의해 추진해야 할 사항입니다. 일례로 미국 오바마정부는 교육과 게임을 접목해 산업을 활성화시키려 합니다. 정치가 산업에 지장을 초래하면 안 됩니다. 다채널 다매체 시장에서 콘텐츠가 창조적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선 규제보다는 상상력을 키워야 합니다.

-지난해 대통령과 함께 영국을 방문하셨다. 콘텐츠 기반의 창조경제 모델이기도 한 영국으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할까요.

▲영국은 1998년 새로운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 빠지자 새로운 미디어에 집중 지원에 나섰습니다. 방송, 미디어콘텐츠, 음악, 애니메이션, 게임 산업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산업 간 융·복합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압니다. 이는 창조경제, 창조산업의 성공모델이 됐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와 직결됩니다. 영국은 문화와 IT산업 발전 분야에서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우리가 도입할 창조경제의 모델로 삼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념과 소득으로 많이 양극화됐습니다. 문화가 이런 양극화를 어떻게 완화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수출은 100억달러에서 5500억달러로 성장했고, 국민총생산도 수십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반면에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져서 전통가치가 실종되고 상실됐습니다. 계층간·지역간 갈등도 증폭되고 세대간 단절이 이뤄지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극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게 바로 문화입니다. 전통적 가치인 나눔과 배려, 포용과 융합, 말에 대한 가치, 언어에 대한 품격 등 전통적 가치를 살리는 것이 이런 면에선 중요합니다.

위원회에 인문융성위원회를 별도로 두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입니다. 전통적인 가치를 재정립하고 일반 학교, 사회 교육을 통해 이를 전개하려고 합니다. 전통적 문화가치를 통해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 현상을 치유하는 운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교육제도 개편도 이 같은 맥락에서 중요합니다. 문화융성위원회에 교육부 장관과 안전행정부 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합니다. 범정부 차원에서 하고 있으니 교육과 사회제도에도 반영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이를 위해 국민 여러분의 참여도 필요합니다.

정리=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김동호 위원장은

1937년 강원도 홍천 출생

1956~1961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1980~1988 문화공보부 기획관리실장

1988~1992 영화진흥공사 사장

1992 제1대 예술의전당 사장

1992~1993 제2대 문화부 차관

1996~2010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2010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명예 집행위원장

2012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장

2013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문화융성위원회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과 함께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내세우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조직된 자문기구다. 지난해 7월 19일 김동호 위원장을 비롯해 20여명의 민간위원을 위촉했고 같은 달 25일 정식 출범했다. 위원회는 문화적 가치의 사회 확산과 국민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며 문화가치와 위상을 높이고 진흥을 위한 정책 수립과 시행에 관해 대통령에게 자문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 10월 25일 2차 회의에선 문화융성 원년 첫 문화의 달을 맞아 지역별 토론회, 정책토론회 등을 개최해 수렴한 문화계 의견을 바탕으로 8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