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스템온칩(SoC) 시장 경쟁 심화 속에 올 한 해도 대형 합종연횡이 줄을 이었다. 이 여파로 인해 새해 반도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반도체 소자, 공정(팹), 장비 전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화가 이뤄지면서 반도체 성장을 이끌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도 변화가 점쳐진다. 아직 시스템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기반이 약한 한국 업체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정부 자본을 등에 업은 반도체 투자도 새해 변수로 꼽혔다.
이스라엘 타워반도체는 지난 2008년 미국 재즈반도체를 인수합병한 후 타워재즈로 이름을 바꿔 지속적으로 몸을 불려왔다. 2011년 마이크론의 일본 니시와키 공장(팹)을 인수하고 지난달에는 일본 파나소닉 3개 팹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회사는 아날로그 특화 파운드리 중 유일하게 매출액 1조달러를 상회한다. 갈륨아세나이드(GaAs), 의료기기 등에 쓰이는 고성능 12인치 상보형금속산화물(CMOS)이미지센서(CIS) 기술도 확보했다.
이 사이 국내 아날로그 파운드리 전문 업체 동부하이텍은 매각이 결정됐다. SK하이닉스 역시 청주 M8라인을 아날로그반도체에 일부 제공하고 있지만 설계자산(IP)이 거의 확보되지 않았다. 앞으로 추가 투자 여부도 불투명하다. 동부하이텍을 사용하는 한 팹리스 업체 관계자는 “매각이 되더라도 현재 공정을 계속 지원해준다면 다행이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타워재즈 관계자는 “일본 팹 인수로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 지역 아날로그반도체 팹리스들을 상당수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도 아날로그반도체 공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체 설계 제품 생산 위주여서 파운드리로 쓰기는 아직 기술력이 달린다는 평가다.
장비도 변수다. 여전히 노광기 등 핵심 장비를 네덜란드·일본·미국 등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장비 1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일본 도쿄일렉트론이 올해 합병을 결정했고, 지난해에는 램리서치와 노벨러스가 합병하면서 세계 장비 시장이 ASML,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3강 구도로 굳어졌다.
소자 업체가 주도권을 쥐기보다 장비 업체가 고객사를 컨트롤하는 시장으로 점점 변해가는 것이다. 턴키방식 공급 등으로 인해 국내 장비 업체들의 설 땅이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도 주시 대상이다. 중국 정부는 새해부터 5조3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전문 업체 스프레드트럼을 국영 기업 칭화홀딩스가 인수하는 등 정부가 반도체 업계 교통정리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점점 시장 상황이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