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산업 간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금융산업은 여러 규제와 보호 아래 제한적 경쟁만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도 더 늦기 전에 적극적으로 신시장 창출과 신규 비즈니스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해외시장에서는 이미 ICT기업을 중심으로 은행을 대체할 업체들이 다양한 산업군에서 나타나고 있다. 은행의 전통적 업무인 지급결제시장에서 페이팔, 구글, 아마존 등이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페이팔은 온라인 결제시장에서 이베이를 기반으로 지난해말 기준 1억4300만 계좌를 확보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결제금액이 520억달러에 달했다.
구글도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구글 월렛으로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영토를 넓히고 있다. 마스터카드와 제휴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도 제공하고, 일부지역에서는 ATM 현금 인출도 가능하다. 아마존은 아마존페이먼트를 내세워 온라인 쇼핑 결제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에서도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알리페이를 통해 지급결제 시장에 진출했고 금리 4.5%의 금융상품을 출시해 수신기능에도 진출한 상태다.
해외 은행이 ICT 기업과 전방위 공세에 노출된 반면 우리나라 은행은 정부의 규제 아래 극히 제한적인 경쟁만 펼치고 있다. 미국에서 온라인 전용은행이 성장한 데는 온라인 접속만으로 계좌개설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융실명제법 등으로 온라인 계좌개설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또 은행의 설립과 인가가 은행법에 의해 엄격히 제한되고 전자금융법은 비 금융사의 전자금융 진입을 막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SK텔레콤과 KT 등이 스마트월렛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구글이나 페이팔과 달리 지불결제 기능은 없고 멤버십 카드와 할인 쿠폰 제공 등 부가기능만 제공하고 있다.
ICT 진화는 여러 산업군의 흥망을 유발해 왔다. 여러 융합신기술이 나타나며 이업종 업체 간 경쟁하는 일도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업도 기존 업무영역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군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금융회사도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ICT혁신의 시대에 새로운 시장기회를 주도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ICT를 제대로 이해하고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업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