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자회사가 직영하거나 본사와 직접 계약을 하는 대리점 숫자를 늘려 전체 휴대폰 유통망 중 판매점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50%를 지키고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관한법률(단통법) 통과 후 요금제 경쟁이 본격화되는 만큼 유통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줄이고 관리 능력을 키워놓겠다는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자회사 PS&마케팅이 운영하는 직영점과 일반사업자가 SK텔레콤 본사와 계약한 대리점 숫자를 지난 연말 대비 200~300개가량 늘렸다. 올해 초 PS&마케팅이 SK네트웍스로부터 인수한 직영점을 포함해 ‘블루골드’ ‘T월드’와 공식인증대리점을 확대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직영·대리점 쏠림 현상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은 목좋은 지역에 대리점·판매점이 몰려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비인기 지역에 직영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대리점을 선정해 타 유통망의 모범사례로 삼는 변화 전파자(CA)로 활용하겠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에 비해 신규 서비스나 기획 확산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만회하고 마케팅 비용 대비 수익이 떨어지는 기존 유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이동통신 3사 대리점 수는 총 4610곳, 판매점은 4만1658곳이다. 3사 서비스를 모두 판매하는 판매점이 많아 중복된 숫자를 빼면 판매점 수는 약 2만~3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업계에서는 이 중 SK텔레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약 70%(1만4000~2만1000개)로 본다. 같은 마케팅비(리베이트)를 유통망에 제공한다고 치면 타사보다 돈이 샐 곳이 많다는 뜻이다.
오는 10월 단통법 실시로 요금 경쟁 시대 도래를 앞둔 것도 한 이유다. 그동안 유통망에 보조금이나 리베이트를 대량으로 투입하고 가입자를 유치해 몸집을 불려왔다면 이제는 시간대·사용패턴 별로 여러 요금제를 조합해 제시하는 등 요금제 차별화가 발등의 불이 됐다.
보험회사 보험설계사처럼 일대일 맞춤형 응대, 복잡한 요금제를 이해하는 전문 판매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리점과 판매점은 계약 유형과 SK텔레콤 전산 접속 여부만 차이가 났고 단말기 판매, 개통·전산 등에 치우쳐왔다. 알뜰폰·제4 이동통신사업자와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결합상품 등으로 가입자당매출(ARPU)이 높은 가입자를 묶어두는 데도 전문성 있는 대리점이 유리하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이달 중순부터 ‘T매니저 인증제’와 원격 직무 교육 등을 실시하는 등 유통망 직원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3300개 대리점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각 매장별 영업전략을 제시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