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식재산(IP) 시장은 18세기 중동을 보는 것 같습니다. 높은 질의 막대한 양의 원유가 매장돼 있지만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에드워드 정(Edward Jung) 인텔렉추얼벤처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한국 IP 시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뛰어난 기술과 IP를 많이 창출하고 잠재력도 높지만 18세기 중동의 원유처럼 핵심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근거로 한국 대학이 기술 라이선스로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정 CTO는 “한국 대학이 연구개발(R&D)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뛰어난 역량을 지니고 있지만 개발한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잠들어 있다”며 “지금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자원을 대학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 앞서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원인을 IP금융 부족에서 찾았다. 정 CTO는 “해당 아이디어들이 IP로서 보호받고 가치를 평가받아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세계 최대 특허전문기업 인텔렉추얼벤처스는 아시아 중 한국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하지만 그는 요즘 중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출 당시 기술 탈취 등 악화된 국내 여론에 보폭을 넓히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 다시 한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는 정 CTO는 국내 IP금융 환경 활성화를 위해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모든 좋은 아이디어가 반드시 한국에서만 나오는 것도, 그 반대도 아니다”며 “IP를 창출하고 활용하는 기업·기관·개인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돼 열린 자세로 IP를 거래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CTO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최고설계책임자 등을 역임했고 지난 2000년 인텔렉추얼벤처스를 공동 창업했다.
그는 24일 열린 ‘IP금융 국제 콘퍼런스’에서 “올해 안에 한국에서 IP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을 계획이며 내년까지 최소 두 건 이상의 MOU를 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국 시장 진출 의지를 밝혔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