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양자 기술을 정보통신 도·감청 방지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비록 늦었지만 양자 정보통신기술(ICT)을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은 신선하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가 양자 ICT 산업에 주목하고 나선 것은 국방 목적과 함께 신산업 창조를 위해서다.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폭로가 터지면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양자 ICT 개발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게 계기였다. 양자 암호통신은 ‘중첩’이라는 양자 고유 특성을 활용해 도·감청이 불가능한 암호를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보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확보하면 양자통신과 더불어 초고속 컴퓨터를 활용한 초저전력·초정밀·초소형 센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양자기술 주도권 선점에 나섰다. 중국과 캐나다는 수년 내 양자 암호통신 전용 위성을 쏘아올리기로 했고, 영국은 지난 5월 양자 정보통신에 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은 1조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들여 연구개발(R&D)에 한창이다. 록히드마틴은 양자 컴퓨팅 기술을 항공기 설계에 활용한다. IBM은 오래전부터 초전도체 기반 양자 컴퓨터를 개발해왔다. 일본 NTT도코모와 도쿄대, NEC 등도 양자컴퓨터를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양자 ICT는 여전히 대학 실험실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연내 양자 암호통신을 위한 시험 장비를 내놓을 계획인 정도다.
과학기술 전문가들은 미래 융·복합 기술 시대를 겨냥해 양자 기술혁명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IT·BT·CT·NT 등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갈수록 사이버 안보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양자 ICT는 ‘정보(보안) 자립’을 위한 출발도 될 수 있다. 때늦은 감이나 정부 지원 규모에 아쉬운 점은 있지만 창조경제는 양자 ICT처럼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곳에서 나온다.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