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에 지친 SW기업 "기술 인증 기관이라도 있어야"

중소 소프트웨어(SW)기업이 대기업의 기술 탈취를 막는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SW 특허권뿐 아니라 솔루션 공급 등 기술 공유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인증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중소 SW기업의 기술 탈취 사례가 늘면서 솔루션 공급계약에 ‘기술인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 A사 모바일 기기에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해 시장에 공급했던 한 SW기업 대표는 “1여년 간 SW를 공급해 해외수출 등 실적을 쌓았지만 공급 계약이 끝날 무렵 해당 기업이 우리 SW를 내재화해 직접 판매한다고 통보했다”며 “다른 협력 사업에 피해를 줄까 두려워 소송을 진행할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 솔루션으로 국내 시장 1위를 차지했던 SW기업이 마케팅 협력업체에 시장을 뺏긴 사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 관계 대기업이 사업성과를 내자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며 “수익이 나지 않아 해당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 SW기업이 고객 네트워크 확보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기업에 솔루션을 공급했다가 기술을 뺏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이나 하도급 기업입장에서는 국내 유수 기업에 솔루션을 납품했다는 사례(레퍼런스)가 향후 시장 공략에 필수적 요소가 된다”며 “공급 과정에서 기술 탈취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음 사업을 위해 참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술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SW 특허권을 확보하지만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업계 전문가는 “자사 SW 특허로 기술력을 인정받지만 실제 소송 비용과 기간 때문에 포기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비용을 감당하기에 중소 SW기업 여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기술 탈취 피해가 늘면서 업계에서는 SW 특허 이외의 기술인증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한 SW기업은 “공공기관 등에서 기술이나 솔루션 공급계약 시 중소기업의 기술이라는 점을 인증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계약 과정에서 하도급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관련 공정 거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조사도 함께 병행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