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구글 다이얼러 상륙 앞두고 `긴장`

안드로이드 OS 앞세워 ‘음성통화 플랫폼’ 장악 우려

이동통신 업계가 새해 한국 상륙이 예상되는 구글 공짜폰 ‘다이얼러’가 미칠 파장을 놓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이얼러가 들어오면 ‘음성통화’라는 이통사 수익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앞세워 ‘음성통화 플랫폼’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됐다.

통신업계는 망내외 무제한 통화 서비스 강화, 자체 음성통화 플랫폼 출시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상대가 ‘구글’이라는 점에서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25일 이동통신 업계 복수 고위임원에 따르면 새해 구글 다이얼러(Dialer)를 기본 탑재한 스마트폰이 국내 출시된다. 이와 관련,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다이얼러 국내 출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이통사 임원은 “미국에서 먼저 다이얼러를 선보인 구글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면서 “새해 국내 도입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 9월 초 메신저 서비스 ‘행아웃’에 음성통화 기능인 다이얼러를 도입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 무료로 통화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행아웃에선 영상통화와 메시지 송수신만 가능했다.

구글 다이얼러는 ‘행아웃’에 포함된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다.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처럼 와이파이 환경에서 무료통화가 가능하다.

더욱이 일반 mVoIP와 달리 다이얼패드가 있어 전화번호부에 등록돼 있지 않은 번호에도 전화를 걸 수 있다. 통신사 수익의 근간인 음성통화량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구글 다이얼러가 더욱 위협적인 것은 ‘음성통화 플랫폼’ 장악을 노리고 있어서다.

전화번호부와 통화기능을 결합한 음성통화 플랫폼은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IM)에 이어 유력한 차세대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아직 무주공산이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폰에 다이얼러를 기본 장착하는 등의 영업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왼손 엄지손가락 위치에 고정 배치돼 있는 ‘전화’ 버튼을 밀어내고 다이얼러가 들어가는 것이 이통사에는 가장 위협적인 시나리오다.

이통업계는 구글 다이얼러 상륙에 대비하기 위해 망내외 무제한 통화요금제도를 확대하는 등 지금까지 해온 mVoIP 대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자체 음성통화 플랫폼 육성에도 적극 나선다. SK텔레콤은 T전화, KT는 후후, LG유플러스는 유와(Uwa)라는 음성통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새해 상반기 타사 이용자에게도 플랫폼을 공개하는 등 집객효과를 높이기 위한 경쟁을 펼치기로 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처음 카카오톡이 나왔을 때 ‘저걸로 무슨 돈을 벌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많았다”면서 “음성통화 플랫폼을 장악해 사용자를 늘리면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수익창출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