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인공위성이 위험하다

영화 ‘그래비티’에 나오는 인공위성 파편이 우주정거장을 덮치는 생생한 장면.

영화를 본 사람들이면 모두 기억나는 장면이다. 신년 벽두부터 우리나라 위성이 영화 속 장면과 같은 상황을 실제로 겪을 뻔 했다.

지난 2일 오후, 미국 합동우주작전본부(JSpOC)가 우리나라 공군 우주발전처와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 ‘과학기술위성 3호’의 우주 충돌 위험이 있다는 정보를 통보했다. 관련 내용이 보고되자 미래창조과학부는 즉각 KAIST,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충돌위험대응팀을 구성하고 비상대응에 들어갔다. 미국 측이 통보한 충돌위험 시간까지는 2일이 남아있었다.

당시 정보에 따르면 4일 오후 9시 30분경 그린란드해 상공에서 과학기술위성 3호와 우주 파편이 23m 차이로 근접하고, 충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위성과 충돌이 예상됐던 파편은 지난 2009년 2월 미국과 러시아 통신위성이 충돌해 발생한 파편이었다.

사실 지난해 9월에도 과학기술위성 3호는 구소련의 인공위성 파편과 99m까지 근접하며 충돌 위험이 있었다. 이번엔 당시보다 더 가까운 최고 23m까지 접근할 수 있다고 분석돼 긴장감이 더했다.

과학기술위성 3호는 지난 2013년 11월에 발사한 우주 관측용 소형 위성(크기 0.8m×1m×1m)이다. 지구 상공 600㎞의 저궤도를 돌며, 무게는 170㎏이다. 국내 최초의 우주관측 적외선 카메라와 지구관측용 영상분광기를 탑재했으며, 개발과 발사에 총 278억4000만원이 들었다.

우주파편의 속도는 총알의 8배에 달하는 초속 8㎞다. 위성 역시 비슷한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돈다. 엄청난 속도를 가진 물체들 간의 충돌이기 때문에 작은 파편이라도 실제 충돌하면 인공위성이 심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기능이 정지되거나, 궤도를 이탈해 지구로 추락하거나 우주미아가 될 수도 있다. 한 순간에 278억여원이 사라질 위기인 셈이다.

우주파편을 지속 모니터링한 결과, 다행히 과학기술위성 3호와 충돌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우주파편은 4일 오후 9시 31분경 최근접했으나 1㎞ 이상의 거리를 두고 위성을 지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과학기술위성 3호는 우리 상공을 지나는 22시 43~55분 사이에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와 교신을 통해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음이 최종 확인됐다.

당초 우주파편이 23m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최근접거리 예측과 실제 근접거리가 크게 달라진 이유는 파편 크기가 작아서다. 이번에 충돌이 예상됐던 파편의 크기는 20㎝ 내외로 작아서 태양활동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궤도가 유동적이다. 또 충돌 예상시간이 멀수록 측정데이터보다 추정치에 의존하게 돼 최근접거리 예측 값이 변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는 충돌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지만 앞으로 언제든 위성이 우주파편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흔히 ‘우주쓰레기(space junk)’로 불리는 우주 파편은 지름 10㎝ 이상이 2만3000여개, 1㎝ 이상은 50만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인공위성간 충돌로 발생한 파편, 로켓 발사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과 잔해, 우주비행사가 놓친 공구까지 인간이 우주공간에 버린 모든 물체를 지칭한다. 세계 각국이 우주개발을 강화하면서 우주쓰레기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75년에는 지름 1㎝ 이상인 우주쓰레기가 100만개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충돌사례도 많다. 지난 2009년에는 미국 이리듐 33호 위성과 러시아 코스모스 2251호 위성이 충돌했다. 당시 2000여개의 우주쓰레기가 새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에는 러시아 과학위성과 중국 위성잔해물이 충돌해 위성이 작동불능 된 사례가 있었다.

우주물체간 충돌은 단순히 우주공간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충돌로 인한 파편이 지구에 떨어지고, 인간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때문에 우주쓰레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우주쓰레기 청소 방법 등도 제기된다.

우주쓰레기 청소 방법으로는 레이저로 우주쓰레기 궤도를 바꾸는 것과 우주선 2대가 마치 쌍끌이 어선처럼 그물로 쓰레기를 모으는 것, 집게를 장착한 청소 위성 발사 등이 거론된다.

우주쓰레기 감시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레이더와 광학망원경 등으로 길이 10㎝ 이상의 우주 쓰레기를 감시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3㎝ 이상의 물체를 식별하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우주공간에서의 안전을 위한 국제협력도 진행된다. 미국과 일본은 우주감시 분야에서 협력키로 하고 우주쓰레기를 공동으로 감시키로 했다. 또 양국 통신 위성 등과의 충돌을 회피시키는데도 힘을 합치고 GPS 분야에서도 상호 보완 체제를 마련키로 했다.

우리나라도 우주쓰레기로 인한 충돌위험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속적 우주개발로 인해 우주물체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물체 간 충돌위험 또한 급증하고 있다”며 “우주위험 감시·분석능력 확보를 통해 증가하는 우주위험으로부터 국민 안전과 국가 우주자산을 보호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