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겨울 불청객 `미세먼지`

한반도가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일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은 겨우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몸속 깊은 곳까지 침투하는 미세먼지는 흡연보다 더 해롭다는 분석도 있다.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은 물론이고 피부 트러블과 각종 알레르기의 원인이 된다.

정부는 전국 단위 미세먼지 경보제를 도입하고 미세먼지 저감 대책 시행 등으로 피해 줄이기에 나섰다.

◇속수무책, 중국발 미세먼지

미세먼지란 1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를 말한다. 자동차 배출가스나 공장 굴뚝 등에서 배출된다. 미세먼지 중 입자 크기가 더 작은 지름 2.5㎛ 이하 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미세먼지에는 각종 중금속, 납 등 오염물질이 포함돼 있다.

미세먼지는 국내 오염물질 배출과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된 오염물질, 계절 및 기상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이 중 중국의 영향이 40%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겨울에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은 중국의 영향이 크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중국에서 석탄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난방 수요가 급증했고 불완전연소한 난방 매연이 시베리아 고기압의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왔다. 중국의 산업화 진전으로 늘어난 차량에서 뿜어내는 배기가스와 공장에서 내보내는 매연도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베이징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불과 반나절이면 한반도에 도달한다.

국내에서는 자동차 매연, 화석연료나 쓰레기 등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 등이 미세먼지의 원인이다.

◇건강에 치명적인 미세먼지

인간의 신체는 먼지가 몸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걸러낸다. 코의 코털이나 기관지 섬모 등이 이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작기 때문에 걸러지지 않고 몸속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내부로 유입돼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면역력을 약화시켜 질병의 원인이 된다.

미세먼지에는 중금속 외에도 세균이나 곰팡이가 더 많이 포함됐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황사 및 초미세먼지 고농도 발생 시 같이 유입되는 미생물 정도는 평시보다 세균은 약 일곱 배, 곰팡이는 갑절가량 증가했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해롭다는 직접적인 연구결과도 속속 나온다. 송재준 고대구로병원 교수팀은 미세먼지로 인해 중이염이 심각하게 악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표피세포에 노출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세포생존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쥐 실험 결과 고농도 미세먼지를 흡입한 쥐는 최고 40배까지 염증유전물질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를 이용해 귓속으로 들어온 미세먼지가 공기를 차단하고 중이염을 악화시킨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임산부가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자폐아 출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 내 50개 주 11만6000여명의 여성을 추적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자녀의 자폐증(ASD) 발생에 영향을 미치며 입자가 큰 미세먼지는 연관성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또 임신 초기나 중기보다 임신 후기에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가장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가 아이의 뇌 성장을 방해하는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농도 높을 땐 실외활동 피해야

미세먼지가 수시로 발생하는 만큼 미세먼지 농도를 파악하고 외부활동 조절 등으로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현재 지자체들이 미세먼지 경보제(주의보·경보)를 시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전국단위 미세먼지 경보제를 도입한다. 환경부는 인체에 유해할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전국적으로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할 계획이다. 또 1㎥당 미세먼지 120㎍(마이크로그램) 또는 초미세먼지 65㎍ 이상으로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차량 부제나 도로 물청소 등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해법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81~150㎍/㎥)’ 단계면 실외활동을 피하고 외출을 자제하라고 권고한다.

서울시가 발표한 미세먼지 발생 시 시민행동요령에 따르면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부득이 외출할 때는 황사마스크와 긴소매 의복 등을 착용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실외수업을 실내수업으로 대체하거나 상황에 따라 단축수업 또는 휴교까지 검토하라고 조언한다.

가정 등에서는 먼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고 황사 및 초미세먼지 고농도 발생 후에는 집주변과 사업장 주변을 물로 깨끗이 세척하는 것이 좋다. 외출 후 귀가 시에는 반드시 손발을 씻고 감기나 눈병·피부병 등이 발생하면 바로 병의원에 가야 한다.

부득이한 외출 시에는 황사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황사마스크는 일반 보건마스크보다 틈이 더 작아 미세먼지와 함께 미생물까지 걸러낼 수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일반 보건마스크는 80%대의 미생물 차단효과를 보인 반면에 황사마스크는 98% 이상 미생물 차단 효과를 보였다.

황사마스크는 가까운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단 황사마스크는 일회용이므로 세탁해서 착용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또 황사마스크 구입 시 ‘의약외품, 황사방지용’이라고 표기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