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모두다’ 게임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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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지난봄 게임인재단 한 직원이 면담을 신청해 왔다. 내 앞에 선 직원은 퇴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유를 물어보니 예상하지 못한 답이 돌아온다. “앞으로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게임으로 장애인과 같은 소외계층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게임인(人) 한 사람으로 업계에 몸담아 왔다. 퇴사를 결심한 직원이 하고자 하는 일은 기업도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안다. 회사가 조직적으로 전개해도 쉽지 않은 일을 개인이 선뜻 하겠다고 나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심이 아니다.

어떤 동기가 직원 마음을 움직였을까.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광명의 한 장애인 재활 시설을 찾았다. 그곳에서 게임이 어떻게 사람들을 하나로 엮고, 서로 행복한 감정을 전달하는지 확인했다. 게임인재단 프로젝트, 게임으로 장애인에게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모두다’는 이렇게 시작됐다.

장애인은 여러 사정으로 외부 활동이 쉽지 않다. 남들처럼 친구와 함께 운동장에 나가 좋아 하는 야구 선수 폼을 흉내 내며 경기에 참여하거나, 볼링장에 가서 시원한 스트라이크 쾌감도 느끼고 싶지만 제약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게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게임은 세상을 조금 더 가깝게 해 줄 수 있는 도구다. 굳이 외부로 나가지 않더라도 가상공간에서 각종 스포츠와 활동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게임을 이용한다면 장애인도 친구와 함께 노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장애인이 그동안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각종 활동을 게임으로 접하면서 서로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게임이 오감을 자극해 장애인 행동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무엇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러한 문화체험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장애인 에게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게임 본질 중 하나는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하지 못할 새로운 세상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게임은 여가시간을 보내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유용한 도구이자 수단이 될 수 있다.

‘모두다’와 같은 시도로써 우리 사회가 게임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고, 게임을 분류하는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 이를테면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게임, 청각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게임 등과 같이 긍정적 접근으로 게임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 특정기능을 가진 게임은 따로 등급을 분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애인과 게임을 잇는 모델이 사업으로 정착된다면 이는 곧 장애인 채용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게임이 장애인에게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삶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장애인이 반복적 훈련을 받고 사회적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은 ‘베어베터’와 같은 사회적기업에서 이미 입증됐다. 게임이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에게 또 한번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난 2년간 게임인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해 오며 ‘힘내라! 게임人상’을 제정해 중소 개발사를 지원하고, 다양한 문화 산업과 연계 활동, 캠페인 등으로 게임인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 중에서 ‘모두다’는 게임 순기능만으로 많은 이에게 도움을 줬던 의미 깊은 프로젝트로 기억에 남는다. 게임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취미이자 문화생활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게임은 인류 놀이문화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게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해 발굴해 나간다면 놀이를 넘어 문화 그 자체로 자리 잡는 일은 시간문제다. 게임인과 사회의 노력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게임이 우리 삶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그날이 오리라 확신한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삶에서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다. 게임이 이런 사회적 순기능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남궁훈 게임인재단이사장 gamein@gamei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