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중독으로 병역면제 받은 사람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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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병무청은 지난해 공익근무요원 소집해제 조건 가운데 하나인 ‘게임중독’을 규정에서 삭제했다. 2010년에 관련 규정을 만든 뒤 단 한 명도 게임중독으로 인한 병역면제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병무청 관계자는 “게임중독을 판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소집해제 조건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판정 기준 외에 삭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게임중독으로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다면 이는 어떤 것보다 쉬운 병역면제 합법 루트가 될 수밖에 없다. 게임중독은 적어도 현 시점에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게임중독 소집해제 번복 사건은 우리 사회가 게임을 얼마나 가볍고 거칠게 다루는지를 잘 보여 준다. 게임은 종종 폭력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정부가 이 산업을 다루는 시선과 손길도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 게임중독 질병코드화는 그래서 섣부르다. 게임과 중독 사이의 명확한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 게임중독으로 불리는 사례를 정신병의 하나로 판단하는 것은 좀 더 정교한 고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중독현상이 만연하다면 개인을 넘어 가정 및 사회 차원에서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먼저다.

복지부는 게임중독 질병화를 추진하면서 68만명의 인터넷·게임중독자로 인해 5조4000억원의 사회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2014년 열린 게임중독법 정책연구서 발간 공청회
<2014년 열린 게임중독법 정책연구서 발간 공청회>

방식이 검증되지 않은 설문조사 수준의 연구라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수십만명을 근거 없이 환자로 만들고, 사회 비용을 인질로 삼아 예산을 확보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게임의 부작용을 부정할 순 없다. 새로운 서비스는 그림자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해결하는 과정이다.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부작용을 병으로 낙인찍고 치료하면 된다는 2차 방정식은 철 지난 처방에 불과하다.

2014년 서울 위례성대로 방이초등학교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며 스마트폰 중독 예방과 건전한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2014년 서울 위례성대로 방이초등학교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며 스마트폰 중독 예방과 건전한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2014년 서울 위례성대로 방이초등학교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며 스마트폰 중독 예방과 건전한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2014년 서울 위례성대로 방이초등학교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며 스마트폰 중독 예방과 건전한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