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알파고와 IT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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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알파고와 IT 강국

우리는 대한민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자부한다. 정말 그럴까. 최근의 알파고 충격은 소프트웨어(SW)에 무지한 한국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타자기를 많이 생산하고 타자수를 많이 양성하면 문화 강국일까. 소설가와 수필가가 없다면 진정한 문화 강국이라 할 수 없다. 하드웨어(HW)를 많이 생산하고 단순히 프로그래머를 많이 배출한다고 해서 IT 강국은 아니다. 알파고에 대한 일부 진짜 전문가를 제외한 다수의 자칭 전문가 논평은 IT 강국이라는 우리 수준을 잘 보여 주었다.

알파고를 실행하는 컴퓨터가 1202개 중앙처리장치(CPU)로 구성돼 있다고 하니 이세돌 9단이 1202개 서버와 싸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컴퓨터 구조론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또 알파고가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한다고 이야기한 사람들은 알고리즘 수업을 받지 못한 이들이다. 자가 학습을 통해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한다고 한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을 모르는 사람들이고 알파고에 대해 최소한 조사도 안 해 본 사람들이다. 알파고 내용은 지난해에 알파고가 판후이 2단을 이긴 후 딥마인드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 잘 나와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 기초 이론도 모르고 뭐든지 코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자칭 전문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상상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IT 핵심은 SW다. AI 핵심도 SW다. SW는 단순히 프로그래밍만이 아니다. 프로그래밍은 마지막 표현 방법일 뿐 핵심은 알고리즘이다. 알파고 핵심도 알고리즘이다. 세바둑과 실리바둑, 세력 흐름 등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다. 바둑이 장기나 체스보다 어려운 이유다. 사람은 그것을 감(感)이라고 한다. 그 감을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 알파고이며, 알파고가 획기적 사건인 이유다. 알파고는 신경망을 이용해 수치화된 감을 기반으로 앞의 수를 내다보는 탐색 기법을 통해 다음 수를 결정한다. 감을 인식하게 한 신경망과 딥러닝, 그리고 효율적인 탐색을 수행케 한 탐색 알고리즘이 핵심이다. 단지 CPU가 많아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컴퓨터 이론 지식이 없는 단순한 프로그래밍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알파고는 개발 이후 수많은 강화 학습을 통해 판후이를 이겼고, 이후에도 지속된 강화 학습으로 이세돌을 이겼다. AI 시스템은 이처럼 지속된 개선을 통해 발전해 가는 시스템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끝나는 시스템이 아니다. 개발 완료 직후에는 프로그래밍으로 개발한 시스템과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속된 지식 추가나 강화 학습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켜 나아가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폭포수(Waterfall) 방법론과는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1990년대 초에 AI가 잠시 각광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AI를 빙자한 가전기기 때문에 그동안 AI라는 용어는 국내에서 금지단어였다. 많은 이가 AI를 `지나간 기술` `실패한 기술`이라고 무시했다. 그러다가 알파고 때문에 다시 AI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이 덕분에 1990년대 초에 이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몇몇 분들을 오랜만에 언론에서 보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기초 이론도 모르는 엉터리 전문가들도 앞다퉈 나타났다. AI를 도입했다는 곳과 AI 기술을 도입한다는 곳도 앞다퉈 출현했다. 국내에는 그만큼의 인력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 역시 코딩으로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이러다가 또다시 1990년대 초 악몽이 재현될 것만 같은 걱정이 앞선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인력들이 주도하는 제대로 된 연구와 개발이 진행됐으면 한다. 결과보다 원인과 이유를 분석하고 기초를 단단히 해서 지속 변화, 발전하는 기술 분야의 승자가 돼야 한다.

허종원 스마트로직솔루션 대표 jwheo@smartlogicsolu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