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71>정통부. 과기부 부활 법안 발의한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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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옥 의원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은 영역이 다른 만큼 독임 부처인 정보통신부와 부총리급 과학기술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문미옥 의원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은 영역이 다른 만큼 독임 부처인 정보통신부와 부총리급 과학기술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부 조직 개편은 `5년의 법칙`으로 불린다. 5년 단임 대통령제지만 새 정권 출범 때마다 어김없이 정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 1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퉁신위원회 소속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 정부가 역작(力作)으로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 기능을 분리해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한 정보통신부와 부총리급 과학기술부를 부활하자는 게 뼈대다. 정통부나 과기부 신설을 줄곧 주장해 온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정부 조직 개편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일은 태산을 옮기는 일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아무리 여소야대 정국이지만 과연 이 정부에서 이런 내용의 정부 조직 개정이 가능할까.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문 의원을 지난달 31일 국회의원 회관 645호실에서 만났다. 그는 여성과학인으로서 비례대표 초선이다. 개정안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 모두 35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문 의원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은 영역이 다른 만큼 정통부와 부총리급 과학기술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통부와 과기부 부활을 주장한 이유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통부와 과기부를 폐지했다. 당시 반대가 심했다.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보통신 정책과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지만 기초과학 연구가 외면당하고 혁신과 창조 연구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ICT와 과학기술 정책은 서로 영역이 달라 각기 독임 부처에서 담당하는 것이 국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특히 독립된 과학기술 행정 체계를 만드는 일은 미래 먹거리를 창조하는 디딤돌을 놓는 것이다. 이 같은 개정안은 느닷없는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할 때부터 주장했고, 20대 총선 당(黨) 공약 사항이다. ICT와 과기 정책을 가장 잘 추진한 정권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다.

문 의원은 포스텍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물리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화여대 물리학과 박사연구원, 연세대 물리학과 박사연구원 등을 거쳐 2003년 이화여대 WISE거점센터 연구교수를 지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과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국내 대표 여성과학인으로서 지난 1월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으로 비례대표 7번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미래부 기능을 분리해 정통부와 과학기술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급 과학기술부를 만들자는 것이다. 부총리급 과기부는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고 집행하는 사무를 관장하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정책은 과기부로 이관하자는 것이다. 또 정통부는 국가정보화와 정보보호, 정보문화, 정보통신산업, 방송과 통신 융합, 진흥, 전파관리, 우편과 우편환에 관한 사무를 담당한다. 기존의 미래부 장관을 과기부 장관으로 하되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서 과학기술 정책에 관해 관계 중앙행정 기관을 총괄하고 업무를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

-노무현 정부 시절 과기 부총리와 같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과기부를 폐지했다. 당시 과기 부총리는 국가 R&D를 총괄했고, 유관 부처 업무도 조정했다. 예산실행권도 가지고 있었다.

-개정안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평가는.

▲모두 개정안에 동의했다. 개정안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고 서명을 받았다.

-8년 전으로 회귀한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에서 8년 전으로 돌아가자는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정부 펀드멘탈(기본)을 잘 만들자는 게 목적이다. 과학기술 강국을 만들자면 권한과 R&D 예산 조정권을 총괄하는 부처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이라고 봐도 되나.

▲이번에 발의한 내용은 더불어민주당 20대 총선 공약 사항이다. 당의 강령에 나와 있다. 차기 대선 공약 여부는 우리 당 대선 후보를 선출한 이후 논의할 일이다. 분명한 점은 나는 이 같은 개정안이 우리 당의 대선 공약이 되도록 정책 제안을 계속할 생각이다. 차기 대선 후보가 국정 방향을 결정할 때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

-왜 새누리당 의원들은 법안에 서명하지 않았나.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개정안에 내심 찬성해도 서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개정안이 정부가 창조경제의 주무 부처로 신설한 미래부에 관한 내용이어서 여당 의원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 법안의 처리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상임위와 법안소위를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될지는 단언할 수 없다. 더욱이 현 정부가 만든 미래부를 분리하자는 내용이어서 개정안이 쉽게 통과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 안되면 차기 정부 조직 개편에 반영하도록 계속 노력할 생각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정통부와 과기부를 없앨 때 명분으로 내세운 게 작은 정부와 통합이었다. 작은 정부가 주목받는 건 효율성 때문이다. 정부 조직이 비대하면 비효율을 조장하고 국민 비용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작은 정부를 구현했는가. 그리고 통합이 만능인가. 나는 어느 정부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도록 부처 간 협력과 협조를 할 수 있는 조정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현 정부의 ICT 조직에 대한 문제점은.

▲ICT와 과학기술은 영역이 다르다. 지금 ICT는 산업 자체다. 제조업에서 ICT와 융합은 필수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과 ICT가 어떻게 융합해 발전하느냐가 핵심이다. 지금은 ICT가 들어가지 않는 분야가 없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자동차 전장도 ICT와 결합해야 한다. 이미 ICT는 모든 국민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이런 ICT와 과학기술을 한데 묶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축적 영역이다. 지식과 기술은 축적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그런 건 도외시하고 성과주의에 빠진 채 `돈 벌어 오라`고 하면 기술 축적이 되겠는가. 이렇게 하면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없다.

-역대 정부마다 인수위에서 정부 조직 개편안을 만들었다.

▲바람직하지 않다. 정권은 유한하다. 국가 정책은 일관성과 영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계승될 것은 계승해야 한다. 그동안 역대 정권마다 마치 경쟁하듯 정부 조직을 개편한 것은 잘못이다. 잘못된 점은 고쳐야 하지만 무조건 정부 조직을 5년마다 개편하는 일에는 반대한다.

-바람직한 정부 조직 개편 논의 구조는.

▲인수위에서 느닷없이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을 할 게 아니라 헌법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경우 헌법 제127조 제1항에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 개발을 통해 국민 경제 발전에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과기부를 독임 부처로 신설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

-창조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창조경제라고 하는 방향은 맞지만 형식은 잘못됐다고 본다.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기치를 내걸고 나를 따르라` 하는 식으로 하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갈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해야 한다.

-재임 중에 이루고 싶은 일은.

▲국회는 `법과 예산으로 말한다`고 한다.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고 다른 하나는 정책이다. 정치는 당연히 우리 당이 집권하는 것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 정책은 과학기술 중심으로 지식과 기술이 우리 사회에 축적되고 활용되는 행정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그 방안이 과기부 독임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하나가 더 늘었다. 국민 상처를 치유하는 일과 역사 관련 이슈들은 정리하고 싶다.

-국회의원이 되고 달라진 점은.

▲정보의 양(量)과 수준, 즉 질(質)이 다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전에는 사람을 만나도 제한된 범위였다. 국회에서 열리는 각종 정책토론회 등에 열심히 참석하고 있다. 의원회관이야말로 가장 좋은 학교라고 생각한다. 많이 생각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알기 위해 덤비고, 덤빌 줄 알아야 한다`다. 취미는 서예다. 그동안 캘리그래피를 하다가 최근 들어 서예를 하고 있다.

문 의원 책상 뒤를 보니 창가에 지필묵이 놓여 있다. 사람 형상의 지(知) 자 아래 `알기 위해 덤비고 덤빌 줄 알아야 한다`고 쓴 글씨를 보여 줬다. 기자가 보기에는 `수준급`인데 정작 문 의원은 `스승이 써 준 글씨를 보고 연습 중`이라고 했다.

문 의원이 준 명함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마치 꿈 많은 소녀가 미래를 상상하듯 얼굴을 두 팔에 괸 채 먼 곳을 주시하는 사진이다. 여기에 `과학자가 웃으면 미래가 밝아진다`는 슬로건이 인상에 남았다.

이현덕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