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면진시장이 뜬다]지진 대책 `규제`가 아니다…산업 육성으로 접근해야

데이터센터는 건축법에 적용되는 내진 설계 의무를 제외하면 자율에 따라 지진 대응책을 마련한다. `집적정보 통신시설 보호지침`(이하 보호지침)조차 지진 대책을 마련하라고만 돼 있을 뿐 세부 방법이나 기준은 제시하지 않는다.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의 건물 용도 지정, 규모별 지진 대책을 법률에 명시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취해야 할 보호 조치를 보호지침을 통해 규정한다. 출입자 접근 제어, 재난 관리, 시설 보호 계획과 업무 연속성 계획 수립 등 실제 보호 조치를 제시한다.

지침에 따르면 사업자는 지진에 대비,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때를 대비한 조치와 안전 운영 매뉴얼만 수립하면 된다. 지진 대비 설비 역시 전력감시실, 무정전전원장치, 비상조명 등만 포함됐을 뿐 내진·면진 설비 언급은 없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희경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전국 136개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공장, 교육연구시설 등으로 허가받은 데다 지진 대응 지침도 없어 내진·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데이터센터의 지진 대책을 고심하지만 자칫 규제로 작용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지난해 국가정보화기본법을 개정, 데이터센터 산업의 육성 근거를 마련했다. 내년까지 산업 육성 전략까지 수립 예정인 가운데 지진 설비 구축을 의무화하면 또 하나의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21일 “현재 최근에 구축된 데이터센터는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면진 설비를 적용했다”면서 “다른 데이터센터도 대비책을 자체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육성을 시도하는 시점에서 지진 설비를 의무화하면 규제가 될 수 있고, 데이터센터만 따로 지정하면 기존의 건축법에 제시된 내진 설비 규정과 얽힌다”고 덧붙였다.

지진 재해 대책을 단순 규제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산업 육성 차원에서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센터의 건물 용도 지정을 예로 들면 산업 육성 근거 및 범위를 마련하기 위함이지만 데이터센터의 안전성 확보 방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건물 용도를 지정하면서 지진, 홍수 등 자연 재해 대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규제와 육성이라는 이분법 사고에서 벗어나 산업 육성 테두리 안에서 지진 대응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갈수록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을 확보, 재해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산업 육성”이라고 강조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단계별 적용이 필요하다. 청와대, 국방부, 정부통합전산센터 등 국가 기반 시설에는 대부분 내진·면진 설비가 구축됐다. 새롭게 구축할 정부통합전산센터와 통합백업센터도 규모 7.0 지진까지 대비할 예정이다.

문제는 기업이 운영하는 중·소규모 데이터센터와 금융권이다. 금융권은 민감한 데이터를 운영·관리하지만 데이터센터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보호지침 또는 가이드라인 등으로 지진 대비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랙 단위의 단계별 면진 설비 구축을 유도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절감을 위해 시행하는 `그린데이터센터 인증제`처럼 재해 대응 인증도 가능하다.

전언찬 동아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데이터센터가 지진에 안전하기 위해서는 규모 7.5 지진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면진 설비가 필요하다”면서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관련 지침,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 자율 구축을 유도하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