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에 취업했다는 친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워낙 취업이 어려워서 직접 묻는 것도 조심스러운 분위기예요.”(서울 소재 대학교 4학년 조 모씨)
“신입생 때부터 도서관에서 토익 공부를 하고 일찌감치 공무원 학원 알아보는 친구들도 있어요. 선배들이 처한 현실이 어떤지 학습했기 때문이에요.”(수도권 소재 대학교 2학년 이 모씨)
청년 구직자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취업 낭인`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묻어났다. 차기 정부가 청년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공통된 요구 사항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변하면서 일자리 창출 여력은 떨어지고 있다. 일자리 문제는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일자리 부족은 계층 격차, 중산층과 취약 계층 붕괴를 유발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일자리 창출에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20~30대 청년층 일자리 문제는 국가 미래 성장동력 상실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구직난으로 청년층의 취업 시기가 늦춰지면서 이를 빗댄 3포, 5포, 7포, 9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취업 시기를 놓친 청년층이 연애·결혼·출산은 물론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 취업, 건강까지 포기한다는 것이다. 취업 인구가 줄수록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출산율도 떨어진다. 우리나라 경제 잠재력이 떨어진다는 신호다.

15~29세 청년 고용률 변화는 상황을 단면으로 보여 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44.9%이던 청년 고용률은 지난해 기준 41.5%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청년 고용률이 26.3%라고 발표했다. OECD 국가 평균치 39.7%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청년 일자리 부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의 하나는 인력 미스매칭이다. 대다수 구직자가 대기업을 원한다. 대기업이 더 높은 연봉과 더 나은 근무 여건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5년 소득분위별 근로자 연봉 분석 보고서`에서 대기업의 정규직 평균 연봉을 6544만원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임금 근로자의 평균 연봉 3281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중소기업의 평균 연봉은 3363만원으로, 임금 근로자의 평균 수준을 겨우 넘겼다.
불행하게도 청년 구직자가 선망하는 대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0.1%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비중이 99.9% 이상을 차지한다. 0.1%가 채 안 되는 대기업에 구직자가 몰리니 경쟁이 과도해진다.
중소기업 상황은 다르다. 뽑을 신입사원이 없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인재상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 10명 가운데 8명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2015년 조사에서 80.5%의 중소기업이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가 중소기업 취업 정보 활성화와 인식 전환에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인식도가 개선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과거보다 중소기업 인식이 나아졌다는 반응이 절반 이상(57.5%)이었다. 중소기업 인식이 `좋다`는 응답률은 12.5%, 보통이라는 답변은 48.0%로 각각 집계됐다. 여전히 갈 길이 먼 셈이다.
중소기업이지만 우수한 실적과 좋은 여건을 보장하는 `강소기업`의 정보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가 2014년에 실시한 청년층 대상 취업 실태 설문조사에서는 우수 중소기업 취업 정보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5점 만점에 4.25점이었다.
결국 일자리 99.9%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으로 구직자를 이끄는 것이 구직난을 완화할 수 있는 현실 해결책이다. 중소기업의 일자리 품질을 끌어올리고, 강소기업은 더욱 적극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일 것을 제안했다. 기업 차원에서 임금을 급격히 올리기는 어렵다.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공유제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
내일채움공제와 청년내일채움공제는 각각 중소기업 핵심 재직자, 중소기업 청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내일채움공제는 5년 동안 2000만원의 목돈을 재직자에게 만들어 주는 제도다. 근로자와 기업이 1대2 비율로 적금을 붓는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근로자, 기업, 정부가 적금을 부담해 2년 뒤 신규 입사자에게 목돈으로 1200만원을 제공한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본인 부담금을 제외하면 재직자 1년 연봉에 약 400만원 추가 효과가 있다. 내일채움공제도 약 300만원의 추가 효과가 있다. 임금 격차의 근본 해소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 중소기업이 임금 조건을 향상시키고 성과공유제 혜택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중소기업 스스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중소기업 임금이 단기간에 오르긴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성과공유제 혜택을 대폭 늘릴 필요도 있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일자리 활성화는 중소기업 관련 정책만을 손볼 것이 아니라 종합 정책을 연계, 인센티브와 유인책을 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단순히 많은 급여만 보고 기업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이 보장되는지도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복합 문화 공간, 자기 계발 기회, 탄력근무제 등 맞춤형 유인책을 함께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