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QLED 사회성과 임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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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QLED 사회성과 임의성

최근 비슷한 이메일을 연이어 받았다. 모두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념에 대한 의문을 담고 있었다. 플렉시블 OLED가 많이 팔렸는데 왜 화면을 구부릴 수 있는 스마트폰은 없는지 물어 왔다. 구부릴 수 있다는 뜻의 `플렉시블(flexible)`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삼성전자는 구부러지는 플렉시블 OLED를 곡면 강화유리에 붙여 `엣지 디스플레이`라고 명명했다. 엣지 디스플레이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로 확대되고 애플 차세대 아이폰에도 채택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엣지 디스플레이가 대중화되면서 이 단어를 들은 사람은 곡면 디스플레이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이처럼 말과 사물을 연결지어 하나의 형태를 연상케 하는 과정을 언어의 사회성이라고 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몰라도 엣지 디스플레이는 언어의 사회성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CES 2017`에서 QLED TV를 소개하며 또 하나의 `말 테두리`를 만들려고 시도했다. 디스플레이 학계에서는 그동안 QLED를 퀀텀닷 소재를 사용하는 자발광 소자(LED)로 개념화해 왔다.

그런데 삼성전자 QLED TV는 자발광하지 않고 백라이트를 광원으로 삼는 LCD TV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QLED는 OLED와 달리 협회에 등록된 통일된 정의가 없기 때문에 자발광에서만 써야 하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주장은 언어의 사회성보다 언어의 임의성으로 볼 수 있다. 언어의 임의성은 말과 사물이 마구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 말과 사물이 사회 구성원의 합의로 연결되는 개념과 다르다.

삼성전자는 “퀀텀닷에 메탈을 적용하는 새로운 기술로 QLED TV 화질을 대폭 높였다”고 설명했다. 자발광하지 않더라도 금속 소재를 사용해 화질이 좋아진 TV를 `QLED TV`라는 단어로 연결한 것이다.

삼성전자 QLED TV를 놓고 QLED 진위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언어의 사회성`과 `언어의 임의성` 관점에서 보면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적어도 QLED TV라는 단어가 사회에서 합의돼 테두리 지어지지 않은 이상 진짜와 가짜 논쟁은 무의미할 수 있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