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와 신고리 5호기 향방을 놓고 원자력계와 지역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원전 단계적 감축과 월성 1호기 폐쇄, 신고리 5호기 건설 중단 등의 공약 실현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더욱이 이들 원전이 폐쇄되거나 건설 중단 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는 물론이고 관련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어 혼선이 커졌다. 원전 중심 전원 체계의 퇴로를 마련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뒷받침할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제도적 근거·방법·기간 등을 담은 세부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원자력계에 따르면 새 정부 원전 정책은 과거 정부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월성 1호기와 신고리 5호기에 대한 결정이 향후 정책 기조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단계적 원전 축소와 원전 중심 발전정책 폐기 등은 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월성 1호기와 신고리 5호기는 정부 승인과 절차를 걸쳐 현재 계속 운전과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원자력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 날부터 두 원전에 대한 뜬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취소 처분에 대한 항소를 취하할 것이라는 것과 한수원이 이미 신고리 5호기 건설 중단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취소 2심은 아직 변론 기일도 정해지지 않았고, 신고리 5호기는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건설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관련 부처와 해당 기관은 아직 차분한 모습이다.
한수원 측은 “공기업으로서 정부와 규제기관의 방침을 따를 뿐”이라며 원론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원안위도 항소 취하나 2심 패소의 경우 실제 추후 절차와 법률적 상황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대선 기간 중 국민 공감형 전원 믹스 방안으로 “국민 수용성을 바탕으로 한 원전 적정규모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며 변화를 시사했다.
원전 주변 지역은 불확실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 당장 월성 1호기는 계속운전 결정 당시 책정됐던 1300억원가량 지원금이 문제가 된다. 이 중 500억원을 배정받은 경주시는 해당 지원금을 예산에 모두 반영하고 집행 중이다. 하지만 원전 주변 지역인 감포읍·양남면·양북면은 700억원가량 지원금 집행을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계속운전이 취소될 경우 배정된 지원금이 다시 환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일부 지역에선 지원금으로 급하게 부동산을 구매하는 사례까지 나오며 지역발전 지원금이 투기자본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신고리 5호기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초 국회 발의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입법 작업이 진행되자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이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1500억원가량 지원금이 중단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건설 중인 원전 중지 계획이 또 다른 지역 갈등을 야기하는 양상이다.
원자력계는 사업을 취소할 경우에 대비해 매몰 비용 처리, 사업자 보상, 원전 폐기 후 관리 및 부산물 처리, 중단 기간 동안의 지역 지원 대책 등에 대한 규정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미 승인 절차를 거친 사업과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맞는 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주 지역 한 주민은 “원전 폐기를 두고 주민 의견이 상호 갈리고 있고 폐기 후 10년이 넘는 관리 기간 동안 절차와 보상도 알려진 것이 없다”며 “원전 폐기 방향만 잡고 관련 세부 방안들이 없다보니 지역민 사이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