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간 '세기의 소송' 전초전이 시작됐다.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 효력을 판결 전까지 중지해달라고 퀄컴이 신청한 집행정지를 두고 양측이 사실상 재판인 심문에 나섰다. 7월 두 번째 심문 이후 집행정지 인용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인용 여부는 본소송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양측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퀄컴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1차 심문을 진행했고 2차 심문을 7월 10일 속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퀄컴의 특허권 남용을 적발해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고, 경쟁 칩셋 업체에 차별 없이 표준필수특허(SEP)을 제공하도록 하는 등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지난 2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심문은 법원이 소송 당사자를 불러 주장을 듣고 사실관계 등을 묻는 절차다.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서는 별도 재판이 없기 때문이 심문이 사실상 재판 기능을 한다.
집행정지 신청에 법원이 심문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그만큼 이번 사건이 복잡하고 양측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변호사는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문은 열리지 않는 게 보통”이라며 “이번 사건은 '세기의 소송'이라 불릴 만큼 사안이 중대해 심문이 불가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문에 퀄컴 측은 법무법인 세종, 화우, 율촌 변호사들이 나섰다. 공정위는 KCL, 최신법률사무소, 향촌법률사무소가 대응했다. 퀄컴은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이 부당하며 이행시 입는 손해가 돌이키기 힘든 수준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집행정지는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인정할 때에 한해 인용하기 때문이다.

퀄컴과 공정위가 집행정지 인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결과가 본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본소송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사건 전반을 면밀히 검토해 집행정지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퀄컴으로서는 집행정지 인용 여부가 당장의 수익과 직결됐다.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은 퀄컴의 종전 영업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휴대폰·칩셋 업체와 재협상이 가능하도록 하는게 골자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퀄컴은 최종 판결이 나오는 향후 수 년 동안 종전 방식대로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기각되면 라이선스·칩셋 시장 독점력이 흔들릴 수 있고, 휴대폰·칩셋 업체와 대규모 재협상 가능성도 높아진다.
집행정지 인용 여부는 7월 10일 2차 심문 이후 결정될 전망이다. 본소송 재판은 집행정지 인용 여부가 최종 결정된 후 열릴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의 집행정지 관련 결정 시기는 예측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심문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정이 크게 늦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