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청사진 새로쓰자]<하>모태펀드 고유영역 확립해 민간투자 유도해야

2017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모태펀드에 1조4000억원을 추가 출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모태펀드 누적 출연금액 2조6000억원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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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경안에 잡힌 모태펀드 출연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청년창업전용펀드다. 청년창업펀드 5000억원을 투입해 청년이 창업하거나 청년 고용 비율이 높은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지난해 청년창업펀드 투자를 받은 83개 기업은 1년 만에 72%이상의 고용 성과를 거뒀다. 평균 13명을 고용하던 기업이 벤처투자를 통해 10명 가량 신규 고용을 창출한 셈이다.

벤처투자업계도 모태펀드의 초기기업 투자 성과를 높게 평가한다. 초기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한 창업투자회사 대표는 “신규 창업기업에 투자할 때는 단순 수익성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각종 사회적 가치를 두루 살피게 된다”며 “벤처투자가 비교적 활성화됐다고 해도 여전히 청년창업과 3년 미만 초기기업 투자는 모태펀드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실제 모태펀드가 창업초기기업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자펀드는 지난해 창업 3년 미만 초기기업에 7909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전체 투자의 36.8%에 이른다. 창업 1년 미만 기업에도 2858억원을 투자했다.

송치승 원광대 교수는 “모태펀드가 집중할 분야는 시장형성이 미흡해 단기 수익성은 낮지만 공공성이 크면서 투자 위험성이 높아 민간투자가 기피하거나 외면하는 분야가 돼야 한다”며 “민간자본이 시장 참여를 회피하는 초기기업과 창업기업 출자, 지방소재 기업이나 여성벤처기업 등 사회 성과 연계형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펀드와 세컨더리펀드는 모태펀드 출자로 인해 시장이 형성된 대표 사례다. 모태펀드 출범 이듬해인 2006년부터 문화계정 출자가 이뤄지면서 국내 상업영화 가운데 70%는 모태펀드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일반인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영화 투자에 나설 만큼 시장 저변이 넓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배급사에 직접 투자하는 헤지펀드까지 등장할 정도다.

회수 시장 역시 대표적 시장 실패 분야로 꼽힌다. 기업공개(IPO) 외에는 별다른 회수 방법이 없는 국내 투자 생태계에서 투자금을 중간에 회수할 수 있는 시장은 필수다.

모태펀드가 2010년부터 개시한 세컨더리펀드 출자는 지난해부터 빛을 발했다. 2013년까지 평균 2~3건에 불과했던 세컨더리펀드 결성은 지난해 20개로 급증했다. 내부수익률도 10% 안팎에 달해 민간 투자자 관심도 높아졌다. 2014년에는 펀드 지분을 통째로 매각할 수 있도록 한 LP지분 유동화 세컨더리펀드도 등장하며 중간회수 시장도 다각화되는 추세다.

벤처투자 재원 통합에 앞서 모태펀드 역할 재정립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청년창업펀드, 회수시장 등 민간 자금이 관심을 두지 않는 시장 실패영역에 수요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 말로 모태펀드 공적 역할이라는 지적이다.

주거, 보육, 보건, 환경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임팩트투자도 모태펀드 출자가 필요한 분야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가 공적펀드로 역할하기 위해 단순 수익성 추구보다는 어떤 분야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지 폭넓게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익률 중심으로 자조합 성과보수를 책정하기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에 가점을 주는 등 벤처펀드에도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에 따라 정책 영역과 민간 영역이 바뀌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모태펀드 스스로 공적펀드가 맡아야 할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세컨더리펀드 현황 (단위: 개, 억원), 자료: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


 세컨더리펀드 현황 (단위: 개, 억원), 자료: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