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T가 만든 다양한 소통채널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각 사회영역으로 접근성을 높여 과거보다 자유롭고 활발한 의사결정의 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SNS 역기능도 만만찮은 까닭에 일부 대중은 등을 돌리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흐름이 길어지면 점차 SNS는 단순한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도 높다며 다수의 대중이 누릴 수 있는 소통의 자유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거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주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개인을 중심으로 SNS가 만들어낸 역기능과 해결책을 살펴본다.
◇가족 내 SNS의 그늘, '쉬운 소통으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와 단절 초래'
요즘 국내 가구 구성은 나홀로가구 또는 맞벌이 핵가족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SNS는 자칫 개인고립이나 소외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흩어진 가족을 하나로 이어주는 대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따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가족들의 안부나 통화로 하기 어렵던 말을 쉽고 빠르게 전달하면서 감정교류를 원활하게 진행했다는 점에서 장점을 찾을 수 있다.
이 점을 다르게 바라보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먼저 쉽고 빠른 감정교류 때문에 실수를 하기 쉬워졌다. 세대별 집단이 쓰는 언어가 조금씩 다른 상황에서 줄임말이나 은어 등 평소 또래집단에서 쓰는 단어를 가족 간의 SNS에 아무렇지 않게 쓰게 되면 원치 않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일례로 청소년이 흔히 쓰이는 줄임말 중 하나인 '낄끼빠빠('낄 데는 끼고 빠질 때는 빠져라'라는 뜻의 줄임말)'라는 말을 무심코 가족 간의 대화에서 썼을 때, 이를 모르는 부모세대와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자칫하면 가족 간 다툼이나 꾸중 등 극단적 상황까지 낳을 수 있다.

불필요한 의사전달로 가족을 곤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배제할 수 없는 역기능이다. 이런 경우는 초중등생이나 공공기관 교육으로 스마트폰 이용에 눈을 뜬 노년층과 청장년층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초중등생이나 노년층의 입장에서 재밌거나 신기한 것을 자신의 부모나 자식 등 청장년층에게 SNS로 보냈을 때 시의적절치 않거나 쓸모가 없는 경우가 다수인데다, 이들이 선의로서 자주 보내다 보면 처치가 곤란한 '스팸메시지'와 비슷한 상황이 돼버린다. 실제로 스마트폰 활용에 재미를 느낀 노인이 자식이나 사위, 며느리, 손자녀 등에게 선의로서 좋은 글귀나 그림들을 의미 없이 자주 보내는 경우 활용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답변하기도 애매해 곤란을 겪는 일이 적지 않다.
가족 간 실질적인 대화가 단절된다는 것도 하나의 단점이다. SNS를 활용해 문자나 이모티콘 등으로 쉽고 간단하게 감정을 교류하게 됐지만, 실제 가족의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려면 좀처럼 서먹한 감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 최근의 현실이다. 이는 함께 모인 가족들이 TV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보다 좀 더 악화된 모습이다. 이 모습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함께 모여 있는 가족들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김철수(가명, 35세 회사원)씨는 “SNS가 가족과의 의사소통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좋지만, 업무시간에 장모나 조카가 보낸 '행복한 가족을 만들기 위한 십계명' 문구나 '썰렁 개그 메시지' 등 뜬금없는 글들을 보고 당황한 적이 많다”면서 “업무보고나 지시 때문에 SNS를 안할 수 없는데 이런 메시지가 자주 오다보니 이를 스팸으로 차단하거나 무시할 수도 없고, 답변도 마땅하지 않아서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영희(가명, 33세 주부)씨는 “가끔씩 아이들이 SNS로 보내오는 줄임말이 뭔지 모르고 막 꾸중하다가 제대로 뜻을 알고 난 후 미안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인지 SNS로는 말만 잘하던 아이들이 대화하려고 부르면 꾸중 듣는 듯 어색해하기도 한다”면서 “SNS가 좋은 점도 있는데 소통을 불통으로 만드는 것도 제법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사회 간 SNS의 그늘, '현실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무분별한 세상'
개인과 사회 간 SNS는 가족 간의 소셜반응과는 조금 더 격하게 나타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댓글게시판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개인-사회 간 SNS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슈에 즉각적인 반응과 쉬운 소통성으로 의견교류나 정보제공 등의 긍정적 면이 크다. 하지만 큰 긍정성만큼이나 역기능도 만만찮은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단점은 소위 '네티즌 수사대'로 불릴 만큼 공개된 정보를 고스란히 추적해 개인신상을 쉽게 노출시킨다는 점과 무자비한 인신공격이나 악성루머 등으로 피해를 일으키기 쉽다는 것이다.
개인 신상노출은 사진이나 출신학교, 거주지, 행적 등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담은 SNS의 모습을 공개하며 비난하거나 개인이익 등에 활용하는 등의 행동을 말한다. 보복심리에 따른 이런 행동은 강력범죄 경각심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기여한다고도 볼 수 있으나, 수사권을 지닌 경찰이 아닌 한 이런 행위 자체가 불법인데다 자칫 스토킹이나 보이스피싱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이런 모습은 작은 규모로 가족 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 가족끼리의 여행이나 쇼핑 등의 행적을 담은 SNS를 본 일부 친지들이 시기나 질투심으로 비난한다거나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것을 종용하는 행위를 볼 수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SNS 계정을 2개 이상 만든다거나 휴대폰을 복수로 소지하는 등 우려를 사전차단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인신공격이나 악성루머 등은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내에서 자신과 다른 소수의견을 표시한 사람에게 욕설 등 언어폭력을 가하는 행위로, 현재 포털 사이트 게시판이나 주요 커뮤니티 사이트 등 SNS라 이름 붙는 대부분의 곳에서 흔히 나타난다. 특히 소통의 자유를 악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의지로 거짓정보를 흘리거나 맹목적 추종 또는 비난을 하는 경우도 있다. SNS상 인신공격이나 악성루머 등은 정보소외계층의 양산과 소통부재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거나, 보복폭력 등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대면채널 SNS, 현실과 동일하게 예절과 규칙을 지켜야
SNS는 사회적으로는 물론 가족 내에서도 소통주제의 다양성과 공감대 확대, 자유로운 의견개진 등에 기여했지만, 개인적·사회적으로 상당한 역기능을 보이며 이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사회문화계 일각에서는 자유도가 높은 SNS에서 직접 사람이 만나면서 갖추는 조심성이나 예의, 화법 등 소통예절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ICT가 발전하면서 생활과 사회 속에 깊숙이 스며든 SNS를 단순한 소통채널이 아닌 하나의 신흥 사회구조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SNS 공간은 단순 소통채널로만 인식하는 대중에 의해 무분별한 자유를 갈구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소위 '디지털 정글'에 가깝다. 이런 상황이라면 SNS의 역기능은 점차 현실사회마저 부정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SNS 대화를 계기로 나타나는 가족 간 갈등이나 사회부적응 등은 물론, 보복폭행 및 살인 등 현실범죄까지 이어지는 모습이 바로 SNS 소통윤리의 부재를 드러내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법제화를 중심으로 SNS 활동을 통제할 것을 말하는 무리도 있다. 하지만 소통의 자유라는 SNS의 기본취지와 활용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쉽게 행할 수는 없다. 자유로운 SNS 공간도 하나의 사회처럼 현실 사회구조에서 지켜지는 규칙이나 예절을 만들어나가면서 역기능 없이 SNS를 활용해야한다는 '정보윤리와 예절'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사회문화계 한 관계자는 “SNS는 사회관계망으로 풀이되듯, 하나의 사회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자유도를 지닌 특성을 악용한 무분별한 행동으로 선사시대 이전의 야만사회를 방불케 할 만큼 욕설과 비난, 인신공격, 무의미한 스팸성 메시지 등이 사회는 물론 가족과 친지 내에서도 나타나며 사회를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소통성을 중시하는 사이버세상도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하나의 사회이므로, 가족친지 간-사람 간의 대화와 소통의 예절과 규칙이 마련돼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