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를 준비하는 원자력 연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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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윤종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과학 연구는 건강, 정보기술(IT), 교육, 에너지 등 다른 분야에서 인류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수단을 발견할 것이다.”

빌 게이츠가 대학 강연에서 한 말이다. 과학 기술 투자 중요성에 관한 빌 게이츠의 메시지는 매우 명쾌하다.

인류가 직면한 과제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과학기술자의 손에 달렸다. 원자력 연구개발(R&D)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원전 해체 기술과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 가동 중 원전의 안전성 제고, 우주에서의 활용, 방사선 기술 분야 등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지금은 '탈핵' '탈원전'이 아니라 원자력 R&D 수요를 예측하고 원자력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 국가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안전한 원자력 R&D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R&D가 필요할까.

첫째 원전 해체 기술과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은 중요성에 비해 R&D가 부족하던 분야였다. 당면한 고리1호기의 안전한 해체를 포함해 세계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도 체계를 갖춰 준비해야 한다. 원전 해체 핵심 독자 기술 개발과 기술 실용화를 포함한 산·학·연 및 정부 간 협력 체계 구축도 필수다. 사용후핵연료 운반, 심지층 관련 연구 등 사용후핵연료 처분과 관련한 요소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

둘째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안전성 확인과 사고 예측·예방 및 사고 대응 기술 개발을 확대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중대사고 시에도 최대로 방출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의 양을 줄여야 한다. 효과 높은 방재 기술 개발도 여기에 포함된다. 지진에 대비한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셋째 대양과 우주 등 미래 원자력 R&D 비중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우주발사체 부품 인증, 우주 미생물·방사선 환경 연구, 원자력 추진 우주선, 해양 플랜트·쇄빙선·잠수함 동력원 개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에서는 부유식 해상 원전과 잠수식 플랜트를 개발했거나 개발하고 있다. 북핵 탐지, 레이저 건, 극한 환경 소재 등 국가 안보와 국방 관련 기술 개발에도 대응해야 한다.

넷째 원자력 기술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보틱스, 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과의 융·복합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가상 원자로 시뮬레이션을 개발하면 원전 안전 이슈를 사전에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가상현실(VR) 시스템으로 사고 전개 과정을 시현하면 원전의 안전성 신뢰도 및 이해도를 크게 증진시킬 수 있다. 원전 안전 전문 인력의 교육 및 양성, 국내 슈퍼컴퓨팅 기술 및 소프트웨어(SW) 기술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섯째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방사선 기술 개발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정밀 저피폭 방사선 의료기기, 방사선 기술을 통한 난치성 암 치료, 방사선 동위원소 생산 등은 국가 보건 의료 분야의 발전과 밀접한 분야다. 방사선 기술을 통한 신산업 생태계 조성과 방사선 기업 육성 등 세계 기업을 만들어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 대응 등 국가 현안 해결을 위한 분야에도 원자력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원자력 기술 개발은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춰 왔다. 앞으로는 국민의 생명 및 안전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 지향의 기술 개발로 나아가야 한다. 가동 원전의 안전 및 해체 기술 확보, 우주 기술 등과의 혁신 융합 기술,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요소 기술, 방사선 기술 활용 극대화 및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국가 정책을 지원하는 흐름으로 국가 원자력 R&D를 지속 추진해야 한다.

윤종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jiyu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