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과기혁신본부장 인사, 현장 소통으로 풀어야

[기고]과기혁신본부장 인사, 현장 소통으로 풀어야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선 사태가 순리대로 정리됐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신속한 결정을 내린 청와대에도 박수를 보낸다. 차분하게 사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정부 정책이나 인사에 목소리를 내지 않던 과학기술인들이 이번에는 굉장히 빠른 반응을 보였다. 임명 이튿날부터 크고 작은 과기 단체와 공공연구 노조의 반대 성명이 줄을 이었다. 찬반이 갈리기는 했지만 임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이번 과기혁신본부장 사태는 현장과의 소통 부재에서 기인한다.

우선 임명 절차를 밟는 도중에 여러 경로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면, 한 번이라도 그 소리를 들어 보았다면 이런 사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현장과의 소통은 그만큼 중요하다.

과기혁신본부장 자리는 현장 소통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9년이라는 세월은 매우 긴 시간이다. 박기영 순천대 교수는 현장의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 및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소통이 없었다. 진정한 반성과 뉘우침도 없었다.

해결 과정에서도 현장과 소통은 없었다. 사태를 해결하려 했다면 자기편을 들어줄 사람들만 모아 놓고 간담회를 할 것이 아니라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과 소통해야 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다시 일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정면 돌파 전략이 필요했다.

결국 간담회 이후 여론은 더 악화됐다. 대학 교수에 이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들도 사퇴 촉구 성명에 나섰다.

청와대는 본부장 임명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 어떤 인물이 적합할까. 무엇보다 도덕성이 필요하다. 이번 인사에서는 연구 윤리가 모든 것을 삼켰다. 물론 연구 윤리를 적용하는 기준의 모호함은 항상 있다. 사실 이공계 연구자에게 엄격한 논문 표절 기준을 적용하면 모두 다 걸린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도덕성, 특히 연구 윤리 적용 기준을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

직무 자질도 중요하다. 과기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담고 일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과기인들을 실망시킨 것은 비과학계 인물이 중요한 보직을 맡아 과기계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연구를 잘하는 것과 직무를 잘 수행하는 것은 다르다. 직무 자질은 평소 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나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한 정책을 평가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박 교수가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한 정책 건의서를 보면 출연연 정책도 대체로 잘 반영됐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누가 되더라도 실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잘 검토해 주기 바란다.

대내외 소통 능력도 필요하다. 현장을 비롯해 정부 및 국회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과기기본법 개정을 위해서라도 국회와의 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모든 야당이 반감을 보이는 인물은 일단 피해야 한다. 야당의 반대가 심하면 상당 기간 아무 일도 못하는 '식물본부'가 될 공산이 크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인재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인사가 어렵다. 현장과 소통하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 주는 인사를 여러 번 감행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과기인들이 환호할 수 있는 인사를 해 주기 바란다.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장 ssyang@ka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