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 美 WD진영에 매각 합의…SK하이닉스 인수 무산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당초 우선협상자로 정했던 '한미일 연합' 대신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포함된 '신(新) 미일연합'에 매각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아시하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도시바 반도체 美 WD진영에 매각 합의…SK하이닉스 인수 무산

아사히는 관계자를 인용해 WD가 향후 도시바메모리의 의결권을 3분의 1 미만으로 보유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미일연합에는 WD와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참가했다.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도시바메모리 인수가는 약 2조엔(약 20조 5422억원)으로, WD는 전환사채(CB)를 통해 1500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도시바도 신 미일연합에 1000~2000억엔가량을 출자해 일본 측 의결권의 과반을 보유할 방침이다.

WD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꾼 후에는 의결권의 약 16%를 보유하며, 향후에도 의결권은 3분의 1 미만을 유지해 중요한 경영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갖지 않기로 했다. WD는 도시바메모리에 임원진을 내지 않는데도 합의했다.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는 조만간 일본을 방문해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등과 최종 논의를 진행할 전망이다. WD는 또 지난 5월 국제중재 재판소에 요청한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지 신청을 취하할 방침이다.

이로써 지난 6월 도시바메모리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관심을 모았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의 인수는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세부안 협상을 진행했으나 WD에 발목이 잡혔다. WD는 도시바와 50대 50 합작법인을 설립해 일본 내 요카이치 시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었고 이를 이유로 본인의 동의 없는 매각은 불법이라고 막아섰다.

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