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신의 영역 유전자 가위 기술, 윤리문제에서 자유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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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POSTECH)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최근 '국내 바이오 성과·뉴스 톱5'의 '생명과학부문 톱5'에 유전자 가위를 2개나 올렸다. 유전자 가위 효율을 30~100배 높여 줄 수 있는 김형범 연세대 교수의 검증 기술과 유전자 가위로 인간배아 유전자 변이 교정에 성공한 김진수 서울대 교수의 연구 성과였다.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2013년 유방암 원인 유전자를 물려받아 유방암 발병 확률이 높다는 진단을 받자 유방을 미리 제거, 화제가 됐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병 우려가 있는 부위를 미리 제거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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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는 질병 유전자를 교정해서 질병을 미리 차단하는 기술이다. 생명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다. 2015년에는 과학지 '사이언스'도 유전자 가위를 '올해의 혁신 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 유전자 가위는 알츠하이머나 에이즈 같은 희소 질환도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 가위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전자 조작 생물체는 후세에 미칠 영향이 커서 윤리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유전자 가위는 윤리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문제를 야기할 걱정은 없는 걸까.

유전자 가위가 유전자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수준을 넘어 지능이나 외모를 변형시키는 '맞춤형 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유전체를 쉽게 교정할 수 있게 되면 인간 사회에 새로운 불평등을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달 초 나온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온라인판에 이 같은 우려를 담은 '인간세포 생명공학 활용에 대한 글로벌 윤리 원칙' 합의문이 실렸다. 합의문은 2015년 5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생명공학 선도 국가 대표 200여명이 모인 '생명공학과 윤리적 상상력 글로벌 회담'에서 처음 얘기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의학계 전문가와 정책 입안 관계자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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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에는 '인간 세포의 생명공학 활용에 대한 10대 윤리 원칙'이라는 가이드라인도 담겼다. 유전자 가위 오·남용 규제가 없다는 점을 인지한 결과다.

유전자 가위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유력 후보로 오른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버클리 교수도 지난 10월 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콘퍼런스(WCSJ)에서 유전자 가위의 파괴력을 언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이 아돌프 히틀러 같은 사람의 손에 들어가서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전자 가위의 파급력이 큰 만큼 어떻게 활용할지 사회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과학저술가 김홍표 아주대 약대 교수는 최근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최신 연구 동향과 현대 유전학을 다룬 책이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동물 배아를 다루는 분야에 적용되는 유전자 제어 기법은 윤리 문제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유전가 가위의 엄청난 파급력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유전자 가위는 인류에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 줄 장밋빛 기술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생명윤리 관련 규제를 앞 다퉈 풀고 있다. 유전자 가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유전자 가위 세계 시장은 연평균 34.2%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에는 23억달러(약 2조5196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째 생명윤리 논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도 유전자 가위 치료제 연구의 허용 범위를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달 초 중증·희소 질환으로 한정된 유전자 가위 치료제의 연구 범위를 모든 질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생명윤리법에 발이 묶여서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보존 기간이 지난 잔여 배아의 연구 범위를 일부 질병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질병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잔여 배아 연구 범위가 난임치료법, 피임기술, 근이영양증과 그외 대통령령으로 정한 희소 및 난치병에 한정돼 있다. 유전자 치료 연구 범위도 유전질환, 암, 에이즈와 그밖에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에 한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배아나 생식세포 대상으로 한 유전자 치료를 금지할 뿐 대상 질환을 제한한 법은 없다.

과학기술은 항상 윤리 문제와 충돌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을 때도 있다. 그러나 유전자 가위 기술은 다른 생명공학 기술과 달리 악용되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보완책부터 마련한 뒤 관련법의 규제를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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