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이 바이오 강국 열쇠로 제시됐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세계 수준 미생물 연구 역량을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 구축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와 규제 개선, 민·관 협업 강화가 요구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소프트웨이브 부대 행사로 열린 '제2회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콘퍼런스는 전자신문사, 휴먼마이크로바이옴포럼,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나노소포연구회가 공동 개최했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콘퍼런스는 지난해 처음 개최된 데 이어 올해 두 번째다. 다양한 산업 육성 방안이 제시됐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유전학으로 분석, 질병과 연관성을 규명한다. 대사질환, 만성질환, 각종 암, 치매, 아토피 등 다양한 질병이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슈퍼 박테리아 등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마이크로바이옴에 기대하고 있다. 질병 진단, 치료, 예방에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하기 위해 국가 지원은 물론 수많은 기업이 기술 확보에 매달린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세계 미생물 연구, 유전자 분석 역량을 확보한 상황에서 산업화 추진이 필요하다.
김윤근 MD헬스케어 대표는 “우리나라는 김치·장류 등 전통 발효 식품을 만들어서 어느 나라보다 미생물을 꾸준히 접했고, 연구 역사도 깊다”면서 “세계 수준의 유전자 분석 역량까지 더해져서 산업화 단계만 빠르게 진입하면 마이크로바이옴 성공 가능성은 어느 나라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김유영 휴먼마이크로바이옴포럼 의장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원천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정부는 알지 못한다”면서 “마이크로바이옴 경쟁도 누가 산업화를 먼저 하느냐가 관건이지만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로 산업화에 어려움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마이크로바이옴은 R&D 단계를 지나 산업화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관련 제도 미비와 기업·기관 간 협업 부족 등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가 미뤄진다.
현재까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의료기기, 신약 허가 사례는 없다. 몇몇 기업이 의료기기 개발은 마쳤지만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최초이다 보니 인허가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정부 R&D 투자에서도 민간 수요를 충분히 반영할 채널도 부족하다. 산업화 촉진을 위한 인허가 가이드라인 제정과 민·관 합동 기초·응용 과제 발굴이 요구된다.
김지현 연세대 교수는 “기업이 열심히 하지만 인허가 문제가 걸려 있어 곤란을 겪고 있다”면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과 같은 신기술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규진 코엔바이오 대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경쟁에 집중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 간 경쟁을 신경 쓰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기업 간 완전한 협업이 되도록 실용화 과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