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을 가다]프리시스, 반도체용 진공밸브 세계화 길 20년

프리시스는 반도체,OLED 분야 고진공밸브 국산화에 성공,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 중국 등 올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서진천 사장(첫줄 왼쪽 7번째)과 임직원이 지난연말 종무식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프리시스는 반도체,OLED 분야 고진공밸브 국산화에 성공,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 중국 등 올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서진천 사장(첫줄 왼쪽 7번째)과 임직원이 지난연말 종무식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글로벌 장치 산업용 진공밸브 시장에서 최고 수준 품질을 앞세워 스위스 V사 등 글로벌 기업과 선두 자리를 다투는 기업으로 도약하자.' 프리시스가 새해 내건 슬로건이다.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로컬기업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프리시스(대표 서진천)는 반도체·평판디스플레이(FPD)·태양전지 공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고진공(High Vacuum) 밸브 전문 기업이다. 1999년 창업했다. 당시 글로벌 기업 전유물로만 인식됐던 반도체 분야 진공밸브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고 20년째 진공밸브 세계화 길을 걷고 있다.

20여년 이상 산·학·연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후공정도 아닌 전공정 장비에 부착하는 진공밸브를 프리시스가 국산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고진공 밸브는 반도체 장치·FPD 장치 등에 필수적인 진공챔버와 진공펌프 사이에 접속해서 진공 챔버 내의 진공도를 유지·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FPD 등을 제조하는 민감한 공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콤퍼넌트로 생산수율과 직결된 탓에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외산 진공밸브를 선호한다.

프리시스는 지난 20년 동안 진공밸브 연구개발과 설계에 전념하면서 현재 130여건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해를 거듭할수록 진공밸브 품질 노하우와 브랜드 인지도가 쌓이면서 글로벌 진공밸브 기업과 어깨를 겨누고 있다. '미 메이저리그(?)'로 불리는 고진공·초고진공 밸브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과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유럽·중국·일본 등에 소재한 글로벌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60여곳 이 프리시스 고진공밸브를 선뜻 구매, 사용하고 있다.

이는 20년간 축적한 설계·제조 노하우 덕분이다. 진공밸브 내구성과 내열성이 높아 수명이 길뿐 아니라 수십만 회의 반복 동작에도 분진이 방출되지 않아 제품 수율관리에 매우 효과적임을 입증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리시스는 130여건의 특허를 보유, 고객이 제품 사용중단 등 곤란한 입장에 처하는 지재권분쟁 소지를 미연에 방지했다.

프리시스는 올해 반도체 진공밸브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OLED·태양전지 진공밸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이미 지난해 OLED용 진공밸브를 납품, 제품 테스트를 진행했다. 특히, 생산 물량 확대에 대비해 클린룸 시설을 갖춘 신 공장을 지난해 말 준공하는 등 신 시장 개척 준비를 마쳤다.

회사는 올해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고삐도 바짝 쥔다.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매출 비중을 70%에서 50%로 낮추고 해외 매출 비중을 기존 30%에서 50%로 올려 글로벌 기업 위상을 갖춘다. 올해 매출액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높이는 것을 시작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회사는 북미 시장 공략 일환으로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프리시스USA'를 설립하고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를 대상으로 전방위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진공밸브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반도체장비 업체 A사 등과 협업하고 내년 상반기 중국 현지 지사도 설립할 계획이다.

프리시스는 지난 연말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반도체 장비용 진공밸브를 국산화해 수입대체에 일조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 진출, 국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밖에 회사는 100여명 직원 복지 증진에 힘 쏟고 있다. 사내 식당을 운영, 전 직원에게 조 ·중·석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방 출신 근로자와 해외 근로자 생활편의를 위해 기숙사도 운영 중이다. 직원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비를 지원하고 취득한 자격증에 대해서는 적정한 수당도 지원한다.

서진천 프리시스 대표
서진천 프리시스 대표

<인터뷰>서진천 프리시스 대표

“창업 당시 국산 제품은 발 붙일 곳이 없었고 '절대 안된다'는 인식이 국내 반도체 제조 시장 저변에 고착화돼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반드시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반도체 진공밸브 세계화에 뛰어들었습니다.”

서진천 프리시스 대표는 창업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하지만 진공밸브 국산화를 달성하기 까지 많은 난관을 겪어야 했다. 창업 후 5개월 만에 IMF 관리 시대를 맞으면서 3년 동안 자금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창업멤버 7명과 수원 팩토리월드에서 동거동락하면서 반도체 진공밸브 국산화 꿈을 결코 놓치 않았다.

서 대표는 시스템디자이너로서 삼성NEC(현 삼성디스플레이) 및 대기업 반도체 라인에 오랜 기간 몸담으면서 반도체 공정에서 진공밸브 국산화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학계에서 조차 진공 원천 기술은 거의 불모지였다.

그는 “진공밸브 전문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진공 기초 이론부터 트레이닝까지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 내부인력을 양성하고 디자인을 정립하면서 진공밸브 개발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창업후 오랜 시간 진공밸브 상용화를 위한 내구성 시험을 끊임없이 진행했고 고객으로부터 제품 신뢰성을 얻으면서 높은 기술진입 장벽을 극복한 국내 유일한 기업이 됐다”면서 “세계 시장을 누비는 진공밸브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이 충실하지 않으면 모래성 쌓기에 불과하다”면서 “진공밸브를 국산화하고 세계화해보자는 창업 초심을 잃지 않고 신시장 개척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점핑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