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권병윤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K-시티'로 자율차 안전도 책임진다"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지난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잇단 BMW 화재와 폭염 속 어린이 통학버스 방치 사고 등으로 한국교통안전공단에게는 더욱 뜨거운 여름이었다. 공단은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3000명대로 줄이기 위한 작업에 매달리던 터였다. 미래 교통을 위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드론 자격 시험 응시생은 전년 대비 3.5배 증가했다.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전자·인터넷 기업까지도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개발에 매달리면서 시험환경도 서둘러 마련해야 했다.

이 때문에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2018년을 누구보다 바쁘게 보냈다. 많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탓에 불가능해 보이기도 했지만 차근차근 치러냈다. 민관 합동으로 BMW 화재 원인을 밝혀내고 자율주행자동차실험장인 'K-시티'도 오픈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10% 줄었다.

권 이사장은 “지난 한 해 교통안전을 위해 전 직원과 함께 쉼 없이 달려온 결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에도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올해 모범사례를 적극 발굴해 '안전속도 5030'을 확산할 계획이다. 도심 내 속도를 10㎞/h 씩 줄이는 캠페인이다. 대형사고를 유발하는 사업용 자동차 안전관리에도 나선다. 디지털 자동차 운행기록을 활용해 휴게시간 미준수와 속도제한장치 무단 해제를 집중 단속한다. 지난 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증가한 고속도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공단-한국도로공사-고속도로순찰대가 협력해 첨단 단속 장비를 동원한다. 사물인식기술 기반 장비를 도로공사 순찰차량 350여대에 시범운행하고 결과에 따라 규모를 확대한다. 교통안전에 기여한 운수종사자 또는 운수회사에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차량 안전을 위한 첨단안전장치 검사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최근 교통안전공단은 한국형 첨단자동차 진단시스템(KADIS)을 개발했다. KADIS는 전기차·수소차는 물론 일반 차량에 장착되는 첨단안전장치 정상작동여부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2020년까지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KAVIC)를 건립해 데이터 기반 첨단검사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자동차는 미래 안전 기술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이다. K-시티 환경을 레벨 4 수준 자율주행차 시험을 위한 환경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데이터 분석과 공유까지 할 수 있는 센터를 운영한다.

권 이사장은 “첨단안전장치 검사 기술을 지속 개발해 한국에서 운행하는 모든 자동차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화두인 자율주행자동차 안전 확보에도 선도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본지 이호준 산업정책부장과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이사장이 공단 회의실에서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대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본지 이호준 산업정책부장과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이사장이 공단 회의실에서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대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일문일답> 대담=이호준 산업정책부장

-올해 교통안전공단의 가장 큰 목표는.

▲지난해 정부는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2020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17년 사망자수는 4290여명. 2020년에는 2000명대로 낮춘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갖은 노력으로 480명이 줄어 3000명대 진입에 성공했다. 올해 목표는 3286명이다. 지난해보다 또 500여명이 감소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쉬운 일이 아니다. 85점에서 90점으로 오르는 것과 90점에서 95점이 되는 것은 정도가 다르지 않나. 2019년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574명으로 예측된 만큼 쉽지 않은 도전적인 목표다.

공단은 화물차 등 대형차량 교통사고, 보행자 교통사고, 고속도로 교통사고 감소를 3대 중점 사고 감소 타깃으로 정했다. 지난해에는 고속도로 사고가 늘어났다. 고속도로 사고는 졸음운전이 주된 요인이다. 공단-한국도로공사-고속도로순찰대가 손을 맞잡은 이유다. 첨단단속장비를 시범운행하고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

지난해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의 핵심사업인 '안전속도 5030' 정책이 다소 미흡했다고 평가하는데 올해 확산에 매진할 것이다.

-취임 13개월이 됐다. 지난 1년은 유난히 사고가 많았다. BMW 화재, KTX 강릉선 탈선 등 교통 분야 사고가 끊이지 않아 국민이 불안해했다. 안전사고가 이어지는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기본'을 소홀히 하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대형 사고를 돌이켜 보면 모두 기본을 소홀히 한 안전 불감증이 존재했다. 공단은 교통사고로부터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국내 유일 종합 교통안전 전문기관이다. 모든 업무가 국민 생명과 직결됨을 명심하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기본에 충실하고자 한다.

지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특성에 맞춘 현장 중심 교통안전 사업을 강화할 것이다. 연초 전국에 있는 모든 지역본부를 방문해 관할 내 지자체·지방경찰청 등 교통유관기관 협업 강화를 통한 맞춤형 교통안전대책 수립 및 추진을 주문했다.

또 도심부 안전속도 5030 정책 확산을 통해 전국 700개 구간 속도하향을 주도하고 교통안전 집중홍보 주간을 운영해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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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신기술 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계획은.

▲교통 분야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기술은 자율주행이다. 공단은 자율주행자동차 기술개발 활성화와 안전성을 테스트 할 수 있는 K-시티를 지난 12월에 완공했다. 규모 36만㎡(11만평) K-시티는 고속도로, 도심, 커뮤니티, 교외, 주차시설 5종 환경을 재현했다. 실제 주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구현할 수 있다. 세계 테스트 베드 중 유일하게 보유한 버스전용차로와 가로수길 등을 포함해 36개 시설을 갖췄다.

드론 분야도 국민 이목이 집중 된 4차 산업혁명 기술 중 하나다. 지난해 드론 자격 응시생은 1만6765명으로, 2017년 4826명 대비 3.5배 증가했다. 올해에도 1만5000여명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단은 드론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예방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는다. 드론 안전 자격연구와 교육훈련을 시행할 수 있는 센터를 건립하고 철저한 비행이력관리를 위한 드론비행경력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소방방재 등 공공 분야 드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공공분야 임무특화형 교육커리큘럼을 개발해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BMW 화재원인 조사과정에서 인프라나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도 있었을 것 같다.

▲통상적으로 리콜 기간은 1년 6개월 정도를 준다. 그것이 일종의 국제적인 룰이다. 부품 수급 등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는 기다릴 수 없었다. 4개월 만에 리콜을 명령했다. 리콜 이후에는 두 대 정도 화재가 났으니까 일단 불길은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조사 관련해서는 전문가도 진일보한 결과라고 한다. 민간 전문가가 조사와 실험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것이 나름 성공적으로 조사를 마친 요인이다. 예전에는 정부가 알아서 하고 지침을 내렸다. 민간 참여가 아니었으면 4개월 만에 할 수 없었다. 마지막에 찾아낸 것이지만, 균열이 왜 생겼냐 이 부분을 민관이 밝혀냈다.

사건을 계기로 느낀 것은 차량 결함을 사전에 수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후 조사, 실험하는 것은 다음 단계다. 사전에 제품 문제 있겠다고 판단하고 리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전조사를 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너무 주먹구구였다. 수천만건을 일일이 확인하는 구조였다. 데이터가 들어오면 이것을 분석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공단은 자동차리콜센터에서 수집한 결함 관련 자료와 제작자 제출 자료의 융복합 분석을 통해 결함을 조기 분석하는 결함예측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사고유형별 EDR(사고기록장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동장치 작동불량, 에어백 미전개 등 결함 가능성 분석기법을 개발하여 결함의심 사례도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선제적인 결함조사를 위해 유관기관 정보공유체계를 구축하고, 일정 요건 충족 시 자동으로 결함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리콜 요건도 명확히 하겠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권병윤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K-시티'로 자율차 안전도 책임진다"

-공단은 교통 관련 엄청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빅데이터로 가공해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나.

▲운수종사자 이력정보와 운수회사 사고지수, 디지털 운행기록 분석시스템 연계를 통한 지역맞춤형 안전관리 컨설팅 자료를 제공하려고 한다. 과학적인 운수종사자 위험요인 관리를 확대할 예정이다. 컨설팅 자료는 공단 직원이외에도 운수회사, 지자체 공무원에게도 개방되어 언제든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대국민 교통정보 서비스 제공 일환으로 국가대중교통정보센터 실시간 정보 연계를 추진한다. 국가대중교통정보센터는 버스정보시스템(BIS)이 구축된 전국 114개 지자체 중 74개 지자체 실시간 버스정보를 연계해 민간 포털에 제공 중이다. 미 연계 지자체와는 협의를 통해 연계를 확대하겠다.

중·소도시 버스 운행관리를 위한 BIS 지역도 확대한다. 2016년 15개 시·군, 2017년 11개 시·군, 2018년 5개 시·군에 BIS를 구축했으며, 올 해에는 4개 시·군 구축 예정이다.

이 외에도,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지원을 위한 통합 결제기술을 개발하는 등 국민 편익증진을 위한 교통 빅데이터 활용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취임 후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중점을 둔 것은.

▲공단은 모든 업무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대부분 사고는 기본을 충실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모든 구성원이 열과 성을 다해 업무를 수행해야 목표를 달성하고, 조직 혁신도 가능하다.

구성원이 열과 성을 다하려면 그만큼의 보상도 따라야 하고 불만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조직개편을 하고 인사를 낼 때 부서장에게 모든 직원과 대화하라고 했다. 1순위와 2순위 등을 일일이 조사해서 최대한 희망하는 자리에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희망지에 배치되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런 직원 사정을 일일이 들어봤다. 다음 인사 때에는 꼭 반영한다고 약속, 일할 의지를 북돋워줬다. 직원 고충을 직접 듣기 위한 핫라인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조직 체계 개편도 '혁신' 위주로 추진했다. 이사장 직속 '일자리 혁신실'을 새롭게 만들었다. 교통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교통안전 통합 컨트롤 타워 및 상임이사 중심의 책임경영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1년은 앞으로 1년을 위해 준비하는 단계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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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윤 이사장은>

1984년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9년 기술고시 24회 합격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6년 영국 리즈대에서 교통공학 석사를, 2015년 한양대 대학원에서 토목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토교통부에서 교통 요직을 두루 거쳤다. 도로국장, 종합교통정책관, 교통물류실장을 지내며 손꼽히는 교통정책 전문가가 됐다.

격의 없이 후배들과 소통하는 인물로 지금도 국토부에서 '좋은 선배, 뛰어난 상사'로 거론된다. 소통 능력 덕인지 드물게 대변인을 두 번이나 지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에는 2017년 12월 취임했다.

공단에서도 직원 소소한 것까지 잘 챙겨주는 이사장으로 불린다. 지방 파견이 많은 공단의 특성상 인사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과 직접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안전사고'는 현장에서 기본을 소홀히 하는 것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권 이사장의 생각이다. 현장 소통과 현장 중심 대책을 강조하는 이유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