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60>스타트업 원동력은 혁신 수용성

기존 기업보다 신규 진입 기업이 보다 혁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존에 자리매김한 기업의 현재 자신에게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기존 사업을 포기하고 신기술을 도입할 때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크다. 따라서 기존 기업이 신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행 중인 사업을 일정 부분 줄여할 때가 많다. 또 기존 수익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에 신산업 시도가 그만큼 용이하지 않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다르다.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신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포기해야 할 기존 설비투자나 인력 규모가 크지 않고, 오히려 신기술을 통해 시장 진입에 성공할 경우 얻는 신규 수익이 크다. 신규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혁신 기술을 도입하지 않을 때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이 더 클 수 있다. 때문에 혁신기업은 신규 기술 도입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코닥이 2007년 출시한 최고급 전문가용 뉴 포트라 컬러 네거티브 필름 시리즈.
코닥이 2007년 출시한 최고급 전문가용 뉴 포트라 컬러 네거티브 필름 시리즈.

대표 사례가 코닥이다. 코닥은 1892년 창업 이래 110년 이상 필름과 인화지 시장 세계 1위를 지켰던 초우량기업이다. 코닥의 전성기인 1976년 미국 시장 점유율은 필름 90%, 카메라 85%에 이르렀을 만큼 필름하면 코닥이었다. 실제로 코닥이란 브랜드는 기업을 대표하는 고유명사를 넘어 필름을 지칭하는 일반명사처럼 사용됐다. 전설적인 포크 록 듀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 중에는 '코닥크롬(Kodachrome)'이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 가사는 어떤 소년이 '엄마, 내 코닥크롬을 치우지 마요'라고 말하며 카메라를 가져 행복해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코닥크롬은 코닥사가 1935년에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2009년 말에 생산을 중지한 필름이다. 이처럼 코닥사의 필름은 필름을 대표하는 제품이었다.

1970~1980년대 당시 코닥은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코닥은 본인이 가장 먼저 개발한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저했고, 계속 필름 시장을 고집했다. 그 결과 필름 시장이 잠식당하며 몰락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2년 1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코닥이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몰락한 것은 디지털카메라가 향후 대세임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코닥은 이미 1981년 향후 디지털카메라 위협을 정확하게 읽고 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만들어 회람한 바 있다. 심지어 향후 도래할 디지털카메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추가적인 여러 원천 기술도 개발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적극 활용한 제품 개발을 주저했다. 필름 카메라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일부 포기하는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기로 결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파산이었다. 결국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필름시장에 대한 기회비용에 집착해 새로운 혁신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저해 쇠퇴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혁신에 대한 기존 기업의 입장은 놀라운 혁신을 눈앞에 두고도 이를 적극 활용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간혹 주변에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창업가 중에는 이미 대기업이 개발했음에도 이를 사업화하지 않는다며 본인이 유사한 사업을 시도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지금 누군가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기존 기업은 혁신적 시도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내포하고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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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