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신임 중기부 장관을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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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환영한다. 사실 박 장관은 초대 중기부 장관 적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된 인물이었다. 갓 출범한 중기부 위상을 기존 부처와 동등한 위치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힘 있는 정치인이 맡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라면 그럴 만한 힘이 충분한 데다 중소기업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됐다. 비록 한 타임 늦기는 했지만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중기부는 지난 1년 동안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당 과장은 물론 실·국장, 심지어 차관까지도 아무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모든 일을 장관이 직접 결정하다 보니 병목 현상이 극심했다. 공무원들은 두 손 두 발이 꽁꽁 묶인 채 장관 결재와 지시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1년을 허송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만고의 진리다. 일단 자리를 맡겼으면 권한을 나눠 줘야 한다. 공무원들이 활개를 펴고 일할 수 있도록 풀어 줘야 한다. 아마도 박 장관이 중기부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야말로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동안 중소기업과 동고동락해 온 전문가다. 장관은 그들이 나아갈 방향만 정해 주면 된다.

박 장관에게는 기본과 원칙을 먼저 생각해 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중기부 설립 취지는 중소기업이 대기업 횡포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보호하고 육성해 주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장관도 취임식에서 '상생'과 '공존'을 얘기했다.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 체질을 개선해야 하고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기업주와 근로자, 대형 유통사와 골목상권 공존 기반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맥을 정말 제대로 짚었다. 그래서 더욱더 박 장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문제는 홀로 자생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대기업 하청으로 먹고살다 보니 운동장은 계속 기울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 및 지원 방식도 문제다. 문을 닫지 않고 연명할 수 있도록 직접 지원해 주는 정책이 너무 많다. 심지어 인건비까지도 지원하니 자칫 '좀비기업'만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글로벌 강소 기업과 유니콘 기업을 길러 내려면 스스로 경쟁력을 기를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 쓸데없이 발목을 잡아 온 규제를 찾아내 없애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소상공인 정책도 마찬가지다. 터진 곳만 막으려는 미봉책보다는 대형 유통사에 빼앗긴 골목상권을 되돌려 줄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기업과 동네 구멍가게가 함께 경쟁할 수는 없다. 큰 물고기는 바다에서 살고 갓 태어난 치어는 물가에 살아야 생태계가 유지된다. 어항에서도 치어는 따로 격리해 보호한다. 그 경계를 그어 주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독립하며 가져온 업무도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특히 테크노파크는 산업부에서 떼어내 오기는 했지만 아직은 지분을 공동 소유한 형태여서 소속이 모호하다. 외형상으로는 중기부 관할이지만 컨트롤타워인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산업부 산하 기관이다. 시어머니만 늘어난 모양새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서는 벌써 교통정리가 됐어야 할 사안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