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화폴리이미드·레지스트·불화수소' 한국 수출 규제 공식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웹사이트 통해 4일부터 불화폴리이미드, 레지스트,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과 제조 기술 이전에 대해 포괄적 수출 허가제도 대상에서 제외하고 개별 수출 허가 신청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레지스트와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소재다. 불화폴리이미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에 쓰인다. 불화폴리이미드와 레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불화수소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한다.

경제산업성은 이들 소재의 한국 수출 시 기존 허가 신청 면제 등의 우대 조치를 했지만 이제 수출 때마다 건건이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이른바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기 위한 의견 모집 절차를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화이트 국가는 안전보장상 우호국으로 인정돼 첨단 재료 수출과 관련 절차가 간소화된다. 일본 정부가 화이트 국가로 지정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등 27개국이고, 우리나라는 2004년 지정됐다.

우대 대상에서 제외되면 수출 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에서 이들 소재를 공급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여 만에 나온 것으로 본격적인 경제보복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주창했던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원칙'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국제사회 비판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도 “이번 조치로 일본 수출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한일 양국 관계가 한층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수출 제한 품목의 일본 공급 물량이 절대적이고, 주요 공정에 핵심 소재로 쓰인다는 점에서 생산 차질이 심화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긴급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후에 차관 주재로 반도체 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갖고 대책을 모색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