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액상형 전자담배 업계 "정부 졸속 행정 이해할 수 없다" 강력 반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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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한 중증 폐 질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하는 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전자담배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정부합동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을 강력히 권고하고 현재 담배사업법에 포함되지 않는 담배 줄기, 뿌리, 합성니코틴 등으로 만든 전자담배를 담배사업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액상형전자담배로 인한 중증 폐손상 사례가 1479건 보고됐고, 33건의 사망사례가 나온데 이어 국내에서도 폐손상 의심 신고가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전자담배 업계는 “한국 정부는 미국에서 발생한 마약 사건을 국내에 적용해 전자담배 사용자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17일 폐 질환 발병 원인으로 대마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 성분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를 지목하고 해당제품 사용중단을 밝혔지만, 아무런 역학조사 없이 이뤄진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약으로 분류되는 THC 성분을 미국 일부 사용자들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혼합 사용한 것을 폐 질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문제는 이 성분이 국내에서 유통 및 수입조차 되지 않는 불법 물질이다. THC는 대마초 성분 중 향정신성 효과가 가장 큰 물질로 뇌 일부분을 지나치게 활성화시켜 환각작용을 나타낸다. THC를 많이 함유한 대마초일수록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환 한국전자담배협회 회장은 “미국에서 발생한 마약사건을 국내 정상 전자담배 시장에 적용시킨 정부의 무책임한 발표”라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정상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에 대해서 해당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이러한 무분별한 규제로 업체들 도산은 물론 소비자들을 불법액상 제조로 내몰아 더 큰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폐질환과 연관성이 명백히 입증된 일반 궐련 담배는 방치하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서만 규제에 나선 것은 매우 부당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과학적, 의학적 근거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에 나선 것은 유해성이 훨씬 심각한 일반 궐련 담배를 권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가향규제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가향은 전자담배는 물론 일반 식품과 궐련담배에도 첨가돼 있는 것으로 전자담배 가향만 규제하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에 쓰이는 가향은 식품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가향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조사된 사례는 없다”면서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더 해로운 궐련담배에 가향을 규제하고 훨씬 덜 해로운 액상형 전자담배의 가향은 허용해 국민이 덜 해로운 쪽으로 이동을 권장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등은 정부기관 관계자와 모여 의견을 나누는 공청회 개최를 제안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올바른 유통경로를 확립하고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청회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회 등 집단 움직임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담당자가 전자담배의 대체품인 일반 궐련 담배 대기업들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졸속 입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전자담배 보다 훨씬 더 해롭고 세금이 많이 부과되는 일반담배를 권장하고 있고 이는 증세를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