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배터리 로봇 수백대로 불길 번질까 우려
스프링클러 효과 적고 소방용수 침투도 어려워
국토부, 물류업계와 긴급 회의
쿠팡 인천물류센터 화재가 60시간 넘게 이어진 가운데 화재에 취약한 리튬배터리 로봇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소방당국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화재가 대형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재편된 국내 이커머스 물류망의 구조적 리스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따라 물류센터도 첨단화·대형화되는 만큼 안전관리 기준도 이에 맞춰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업계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쿠팡 인천32물류센터 한 개동의 불길은 상당 부분 잡혔지만 불이 옮겨 간 다른 동에서는 여전히 검은 연기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전기차 20대 분량에 해당하는 리튬배터리를 장착한 수백대의 로봇이 화재 진압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허석경 인천 서부소방서장은 이날 화재 발생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물류센터) 5층에는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창고용 로봇 수백대가 위치해 있다”며 “(여기로) 불이 확산하면 건물 전체로 연소가 급격하게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재가 발생한 센터는 지난해 운영을 시작한 총면적 약 29만9000㎡, 지상 8층 규모의 상온 물류 거점이다. 지난 쿠팡은 2021년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원격 소방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안전 투자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물류센터 대형화에 따른 위험요소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물류업계에서는 단일 건물에 수십만㎡ 규모 적재 공간이 집중되는 대형 물류센터의 구조적 취약성을 핵심 문제로 꼽았다. 최근 이커머스 기업들은 물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하나의 건물에 대량의 상품을 보관하는 초대형 물류센터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품을 셀 단위로 나눈 고밀도 랙(rack)과 복층 형태인 '메자닌' 구조를 화재 장기화 요인으로 지목했다. 해당 구조가 제한된 공간 내 적재 효율 극대화하지만, 화재 시 소방용수가 내부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토교통부도 이날 물류업계와 긴급회의를 열고 메자닌 구조의 안전성 점검과 개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메자닌 구조는) 하층부에서 불이 시작되면 상부 스프링클러 차단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열기 때문에 고층 랙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면 내부 진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커머스의 대형 물류센터가 다양한 상품을 한 건물에 집중 보관하는 만큼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따라 물류센터가 대형화되고 물동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전관리 기준도 이에 맞춰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류센터의 첨단화로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늘어나는 부분도 화재 취약성을 재점검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물류센터의 화재 위험성은 늘 존재하는 문제”라면서 “쿠팡 화재사고 이후 현잠 점검과 예방 정비를 강화하라는 지침을 전국 물류센터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한편 쿠팡은 화재 영향권에 있던 주문 건에 대해 차례로 취소 안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문에 불편을 겪은 고객에게는 쿠팡캐시 5000원을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보상하고 있다. 아울러 고양시 등 인근 물류센터에서 물량을 백업해 로켓배송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화재 발생 센터에서 전담 배송한 일부 품목은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