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GM, 2.7조 규모 '메가' 합작공장 설립…뜨거워지는 전기차 배터리 확보戰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향후 몇 년 내 품귀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배터리 확보 경쟁이 뜨겁다.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 간 합작도 활발하다. 5일(현지시간) 이뤄진 LG화학과 미국 1위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 간 대규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이 그 상징적 사례다.

GM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이후 미시간주 워런 공장 가동 중단을 시작으로 내연기관차 구조조정과 전기차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과 대규모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도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전기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에서다. LG화학과 GM은 총 2조7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30GWh 이상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사진 오른쪽)이 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GM 글로벌테크센터에서 메리 배라 GM 회장과 함께 배터리셀 합작 법인 설립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사진 오른쪽)이 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GM 글로벌테크센터에서 메리 배라 GM 회장과 함께 배터리셀 합작 법인 설립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삼정KPMG에 따르면 지난해 198만대였던 전기차 판매량은 오는 2025년 12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SNE리서치는 2023년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916GWh로 폭증하면서 공급량 776GWh을 뛰어넘을 것으로 분석하며 전기차 배터리 품귀 가능성을 전망했다.

일부 완성차 업체는 독자 배터리 기술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 세계 기자단을 대상으로 “BMW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BMW가 대표적 예다.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업체 간 합작법인 설립도 늘고 있다.

일본 토요타와 파나소닉은 올해 초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내년까지 합작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폭스바겐도 올해 6월 스웨덴 신생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합작해 연 생산량 16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이번 GM과 합작법인 설립 이전인 지난 6월 중국 로컬 1위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10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했었다. 앞으로도 독자 기술력 유지가 가능한 수준에서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고 대규모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작법인 설립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사진2】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 초기만 해도 배터리 기술 유출 우려 때문에 합작법인 설립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배터리 수요가 급증해 안정적 조달이 우선시되면서 배터리 기업이 독자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작법인 설립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는 2024년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체 배터리 사업에서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LG화학의 계획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재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약 70GWh이며 2020년 약 1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GM과 합작법인 설립은 배출가스 없는 사회를 이뤄내고 친환경차 시대 변혁을 이끌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 배터리 기술력, 안전성, 신뢰성, 양산경험 등 솔루션을 고객에게 공급해 글로벌 리더 지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