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SW기업 울리는 '교육청 공공입찰'

목표교육지원청이 일선 학교에 발송한 사설 메신저 사용 금지 권고 공문.
목표교육지원청이 일선 학교에 발송한 사설 메신저 사용 금지 권고 공문.

교육청이 공공입찰을 통해 구입한 소프트웨어(SW)를 일선 학교에 보급하면서 기존 민간 SW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관련 업체들이 정부에 시정 조치를 요구, 피해 방지 촉구에 나섰다.

최근 교육 분야 민간 SW 업체 10여곳이 공공기관 민간 SW 시장 침해를 막아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집단행동을 추진한다. 학부모에게 학교 소식을 알려주는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앱), 교직원용 메신저, 온라인 교직원 직무 연수 플랫폼 운영사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교육청이 민간이 만든 시장을 침해했다고 반발한다. 벤처기업협회와 손잡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속한 시정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교직원용 메신저를 서비스하는 지란지교컴즈는 전남을 포함한 일부 교육청들이 공공입찰을 발주, 선정된 업체 메신저만 쓰도록 일선 학교에 권고해 10년 넘게 일궈놓은 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학교 홈페이지 구축 분야 1위 업체였던 이웃닷컴도 비슷한 이유로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알림장 서비스로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이번에도 장애물을 만났다. 충북교육청이 알림장 SW를 학교에 무상 공급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설명이다. NHN에듀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며 집단행동에 동참했다.

지적재산권 침해 논란도 나온다. 학교와 시간제 수업교사 매칭 플랫폼을 운영하는 타임리는 대구교육청이 자체 개발 SW 아이디어를 그대로 활용, 개발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혁신성장 옴부즈만과 SW불공정모니터링단에 피해 사례를 접수했다.

민간기업 반발이 거세지만 제도적 보호 장치는 미흡하다. 공공기관의 민간 SW 시장 침해를 막기 위해 세워진 SW 영향평가 제도도 공공기관이 SW를 직접 개발할 때만 적용된다. 공공입찰을 거쳐 사용료를 지불하고 민간 SW를 쓸 경우 평가 대상에서 빠진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다른 시스템과 수월한 연동을 위해 교육청 SW 사용을 권장한 것”이라며 “홍보 목적일 뿐 강제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도 “학교 예산 절감과 복지 차원에 무료 서비스를 결정했다”며 “공공입찰 전 업체들에 관련 내용을 모두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 SW 기업들은 공공입찰이 독과점만 부추긴다고 우려한다. 공공기관 선택을 받은 업체가 시장 전체를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 경쟁 기반 민간 SW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비판이다. 오진연 지란지교컴즈 대표는 “민간이 이미 만들어놓은 시장을 두고 공공기관이 공공입찰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생태계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해외 교육 서비스 국내 유입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SW 산업이 경쟁력을 지킬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민간 시장이 자리 잡은 영역에선 공공입찰을 제한해야 한다”며 “SW 영향평가 적용 범위도 전향적으로 확장, 민간 업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