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조 클럽' 주춤, 인수합병이 대안

[사설]'1조 클럽' 주춤, 인수합병이 대안

지난해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긴 기업은 194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는 2019년 말 기준으로 시총 1조원 이상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가 168개, 코스닥이 26개라고 밝혔다. 코스피에서 3개 늘었고 코스닥에서 2개 줄었다. 전년 193개에 비해 1개 늘었다. 시총 1조원 기업은 2016년 183개, 2017년 217개, 2018년 193개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1개이 늘었지만 전체 규모로 보면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경기가 불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신규로 코스피와 코스닥에 입성한 시총 1조원 기업이 5개였다. 결과적으로 4곳이 줄어든 셈이다.

시총 1조원 기업의 의미는 크다. 미국은 '빌리언 달러 클럽'으로 분류해 따로 관리하며, 우버와 같이 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은 '유니콘 기업'으로 기업 가치를 인정해 준다. 1조원 기업은 거래 시장의 건전성과 성장성을 보여 주는 대표 지표다. 시총 1조원이 넘어가는 우량 기업이 많을수록 작게는 거래 시장, 크게는 미래 경제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1조 클럽' 기업은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외풍에 흔들리는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기업지원 정책이 1조원 기업 육성에 두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1조원 기업이 줄어든 데는 크게 위축된 시장이 주된 원인이다. 또 하나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유럽과 달리 국내 기업은 M&A 관심이 덜하다. M&A는 기업 규모를 키우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대표 수단이다. 특히 경제가 성숙 단계로 진입하고 산업 부침이 심할수록 자력으로 기업 규모를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처럼 기술 진화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는 기술력 있는 기업을 인수하거나 규모가 비슷한 기업이 합병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선진국일수록 M&A가 활발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M&A를 달리 봐야 한다. 시장을 키우고 기업을 육성하는 수단의 하나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