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손봉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 "R&D와 산업 활성화 '브릿지' 되겠다"

손봉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손봉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수소경제·스마트시티·미래차 등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혁신성장 동력이 국토교통 연구개발(R&D) 성과에 달려있다. 국토교통 R&D는 개발된 기술이 곧 공공인프라와 서비스로 제공되는 실용화 연구다. 어떤 분야보다도 R&D에서 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중요하다.

손봉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손 원장은 관계 기관과 대학 등 12개 기관을 설득해 기술이전과 거래 활성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기술 장터만 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협의체가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찾는 기술, 보유한 기술을 구체화하고 정보 형태로 만들어 주는 기초적인 문제부터 지원해야 한다. 손 원장은 연구기관과 R&D 참여희망 기관 간 다리가 되는 'R&D 비즈니스 브릿지'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R&D 과제 19개를 기획하는 등 새 R&D 체제로 전환하는 기반을 다졌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서 기관 역사 최초로 A등급을 받았다.

올해는 처음으로 국토교통 연구개발(R&D) 예산이 5000억원을 넘는 해다. 국토교통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국토교통 혁신펀드 운용을 시작하는 원년이기도 하다. 지난해 19개 사업을 기획하면서 R&D 투자 여력도 크게 늘었다.

이제 시작이다. 국민의 삶, 공공인프라와 밀접한 분야인 만큼 국토교통 R&D는 1조원 이상 규모로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흥원의 기획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과제를 기획하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할 수 있는 근거도 제시할 계획이다. 설계단계부터 건설 과정과 효과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 볼 수 있는 빌딩정보모델링(BIM)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투자 대비 효과를 보는 예타에서 BIM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여준다면 설득력을 가질뿐만 아니라 조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손 원장은 “과제 기획부터 실용화까지 전주기적으로 R&D를 관리하고 신사업 기획과 추진전략 수립 등 국토교통 R&D 지식 허브 기능을 키워 가겠다”고 말했다.

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장

손봉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왼쪽)과 이호준 전자신문 정치정책부장이 만나 국토교통 R&D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동근 기자
손봉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왼쪽)과 이호준 전자신문 정치정책부장이 만나 국토교통 R&D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동근 기자

-2020년을 맞이하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주요 계획은.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어선 국토교통 R&D 예산을 기반으로 미래차, 수소경제 등 혁신성장동력 핵심기술에 전년 대비 40%가량 증가한 177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재난재해 및 미세먼지 등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R&D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74% 늘린 534억원으로 확대해 국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

또 '2050 국토교통 전략프로젝트' 수립을 통해 신시장 창출을 위한 미래 기술과 추진 전략을 도출한다. 해외 의존기술 현황 조사 등을 실시하여 기술자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2020년은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해다. 향후 10년을 바라보면서 국토교통 분야에서 서둘러 추진해야 할 R&D 과제는 무엇이 있나.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선제적 추진이 필요한 R&D를 살펴보면, 건설·도시 부문에서는 BIM 기술을, 교통부문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꼽을 수 있다.

설계·시공·유지관리 등 건설 전반의 스마트화를 주도하는 BIM 기술은 건설 산업 생산성과 안전성 극대화를 이루는 핵심 기술이다. 국내도 BIM 적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는 있으나 BIM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 데이터 간 상호운용을 위한 표준화 미흡 등으로 시장 수용성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건축물을 비롯해 도로·하천 시설물, 철도 등 각 분야별 BIM 활용 지원을 위한 표준화·상용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자율주행 기술 또한 각종 차량 센서와 내부 시설에 많은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레벨 4 이상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도로인프라 기술은 그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차량-인프라간 융복합 핵심 기술 표준화와 자율주행차, 도로인프라에 대한 안전성 평가·인증 기술 등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손봉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손봉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국토교통 분야에서도 혁신성장이 화두다. 갈등을 낳기도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국토교통 분야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 국토교통 R&D 부문에서 혁신성장을 지원해줄 방안은 없을까.

▲R&D 부문 혁신성장은 R&D 수행→핵심기술 개발→기술투자 유치 및 창업→산업 활성화 선순환 구조를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진흥원은 R&D 성과가 기술창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멘토링, 교육 등을 통한 창업 인큐베이팅을 실시했다. 기술력이 높은 중소기업과 금융·투자기관을 연결하는 '기술금융 지원 프로그램'도 추진해왔다.

올해에는 기술창업 활성화 및 데스벨리 극복을 위해 국토교통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국토교통 혁신펀드를 신규 신설했다. 혁신펀드는 총 9년간 총 2654억원(정부 출자 1467억원)으로 조성됐다. 올해만 170억원을 투자한다.

가까운 시일 내 혁신펀드 운용을 위한 협의체 구성과 민간 자금 매칭을 완료한 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산업혁신 기반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스타트업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지난해 진흥원이 기술이전과 거래 활성화를 위한 협의체를 만들었다. 올해 계획은.

▲진흥원은 산학연 등 각 분야가 보유한 기술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공급자와 수요자 간 매칭을 적극 주선하기 위해 '국토교통 기술이전 협의체'를 지난해 구성했다. 협의체를 통해 R&D로 개발된 우수 기술이 수요처를 찾지 못해 시장에서 사장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는 협의체 활성화를 위해 기술거래 수요기업 풀(Pool)을 구축하고, 하반기에는 기술거래 온라인 정보플랫폼을 신설하는 등 관련 인프라를 확고히 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 협의체 중심으로 기술설명회 및 기술이전 포럼 등을 개최하여 기술 수요처 대상 마케팅도 본격화한다.

이와 별도로 기존 연구기관과 R&D 참여희망 기관 간 만남을 주선하는 'R&D 비즈니스 브릿지'를 개최해 정부 R&D 참여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연구자와 기술자 간 협업 확대 기반도 마련하고자 한다.

손봉수 원장
손봉수 원장

-지난 몇 년 동안 국토교통 분야 R&D 분야 과제가 고전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과제도 많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가 차원의 투자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추진 시급성 미흡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기획 경험과 전략의 부재에도 그 원인이 있다. 진흥원은 2017년까지 예타 기획 전담조직이 부재한 상황이었다. 외부 기획보고서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검토가 이뤄지는데 한계가 있었다.

2018년부터 기술분야별 기획팀을 구성·가동했다. 내부 전문가 외에도 외부전문가(PD, PO)를 초빙하여 자체 기획 역량을 강화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총 사업비가 1000억원대를 넘는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사업과 철도부품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예타가 큰 예산 삭감 없이 통과됐다. '디지털 라이브 국토정보 기술 개발' 등 현재 추진 중인 예타사업 19건에 대한 기획도 지속적으로 보완해 R&D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토교통 분야 R&D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나 기반은 무엇이 있을까

▲국토교통 R&D는 실용화 연구다. 실용화 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논문이나 특허가 아닌 현장 적용성이나 해외 시장 진출가능성 등으로 평가지표가 개선돼야 한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기술개발 유용성이 사라지면 과감한 중단 역시 필요하다.

하나의 아이템에 대해 기초·기반 연구→응용 연구→시험·인증 등 사업화 연구까지 '이어달리기 트랙'을 구축하는 등 실제 현장 상용화까지 지원하는 연속지원 체계 도입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신규 도로, 철도, 공항, 하천 등은 첨단기술과 결합된 스마트 SOC 사업으로 추진하고 R&D 성과를 적극 적용해야 한다. R&D를 통해 테스트베드·시범사업 시행으로 성능이 입증된 기술에 대해서는 SOC 사업 계획·설계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적극 협의하겠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손봉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 "R&D와 산업 활성화 '브릿지' 되겠다"

○손봉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캐나다 맥매스터대학교 토목공학과에서 교통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토목공학과에서 교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2년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손 원장은 국내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초기 단계부터 교통 안전과 환경에 대해 기획하고 연구한 첨단 교통 전문가다.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기도 하다. 연세대에서 2012년 학생복지처장과 2014년 공대학장을 역임했다. 2018년 5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으로 취임했다.

손 원장은 도시는 사람-사물-인프라가 초연결되는 스마트시티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망한다. 스마트시티 내 교통, 즉 모빌리티는 인간의 개입이 불필요한 자율주행 기술과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공공교통 서비스 중심으로 발전한다는 생각이다. 이 분야 생태계 선점을 위해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도 R&D 투자를 확대해 가고 있다.

우리도 자율주행 센서 등 부품부터 플랫폼, 도로 인프라, 법제도, 표준에 대한 민관의 체계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자율차 기술은 교통약자, 교통소외지역을 고려한 공공서비스와 결합해 국가교통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을 유도할 수 있다. 진흥원이 이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