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최세환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대표 "가장 중요한 건 직원, 사람이다"

최세환 캐논 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 대표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최세환 캐논 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 대표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엔젤위드'라는 자회사(장애인표준사업장)를 설립·운영하고 직원 10% 이상의 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

#출산휴가, 난임 휴가, 남성 육아휴직 등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 이상의 편의를 제공하는 여성친화기업(여성가족부 인증).

#많은 제조업체가 낮은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데도 여전히 국내 생산을 고집하는 기업.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은 기업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을 수식하는 말이다.

'캐논+코리아'라는 사명의 일부에서 알 수 있듯이 1985년 롯데그룹과 일본 캐논사가 합작해 만든 사무기기 통합 솔루션 기업이다.

한·일 갈등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지난 35년간 꾸준히 한국 경제 일원으로 성장해 왔다.

국내 사무기기 제조사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과 달리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은 국내 안산에 제조 공장을 운영한다.

개발, 생산, 판매 능력을 고루 갖춘 합작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1999년~2000년 셀 생산 방식을 도입해 효율을 높이고 생산 품질을 향상시켰다. 삼성, LG가 벤치마킹 하러 찾아 왔을 정도다.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은 지난해 말 12년 만에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업계에선 이를 '세대 교체'로 해석한다. 신임 대표에겐 지속되는 저성장과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지난 연말 취임한 최세환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대표이사를 만나 취임 소감과 올해 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홍기범 전자신문 전자자동차부 데스크와 최세환 캐논 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홍기범 전자신문 전자자동차부 데스크와 최세환 캐논 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대담=홍기범 전자/자동차부장

-몇 개층 엘리베이터 버튼 옆에 자동제세동기(심장충격기) 스티커를 붙여 놨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거 같은데.

▲직원 안위가 회사의 가장 큰 가치 중 하나다. 제세동기도 이런 차원에서 미리 구비를 해뒀고 스티커는 이를 알리는 작은 실천이다. 실제 지난해 큰 사고가 일어날 뻔 했는데 제세동기로 직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제세동기는 본관 건물 이외에도 별관 쪽에도 별도 설치했다. 비용을 떠나서 직원 복지와 안전을 위해 많이 신경쓰는 편이다.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은 여성 인재가 근무하기 좋은 회사로도 유명하다.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다. 안산사업소엔 어린이집도 별도 운영하고 있다. 출산휴가, 난임 휴가, 남성 육아 휴직 등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 이상의 편의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제도적 지원책으로 여성인재가 근무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직원들을 지칭할 때 '~인재'라는 말을 붙여 쓴다. 같은 맥락인가.

▲작은 부분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직접 실천하는 기업으로 느껴진다. 장애인 고용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한국 경제 구성원으로 사회적 기업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

'엔젤위드'라는 자회사(장애인표준사업장)도 설립해 장애인 사원 채용에 앞장서고 있다. 엔젤위드 170여명 직원 중 약 60여명이 장애인이다. 엔젤위드를 포함해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은 10% 정도가 장애인 직원이다. 이 중에는 소위 말하는 중증 장애인도 상당수다.

물론 장애인이 일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문제가 되는 점은 전혀 없다. 생산라인에 청각장애인이 많이 있는데 작업 지시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상조치 등을 위해 모니터를 설치해 운영한다. 부족한 부분은 시스템을 갖춰 보완하면 된다.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이 장애 사원 채용을 확대하고 운영도 잘되니 다른 계열사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다.

최세환 캐논 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 대표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최세환 캐논 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 대표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실제 대우도 비장애인과 같은지.

▲똑같다. 모두 정규직이고 임금 등 어떤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생산성 등에서도 전혀 차이가 없다.

보여주기 위한 고용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회사는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정당한 근로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다.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회사 임직원 전체가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 눈에 띄는 점이 제조를 국내에서 한다는 점이다. 많은 제조업체가 인건비 등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과 대비된다.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안산공장에는 8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본사까지 포함하면 1450명 정도다.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전체 약 5000억원 매출 중 안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부분이 2400억~2500억원 규모다. 안산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까지 한다.

제조업체가 해외로 이전하면 협력사가 함께 따라가고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정부에서도 강조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많이 이바지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단순히 한국에서 돈만 버는 게 목적이었다면 벌써 공장을 해외로 이전 했을 것이다. 수익만 본 게 아니라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려는 미래지향적 큰 방향성에서 움직인다.

-그래도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조달비, 물류비 등에서 차이가 있을텐데.

▲롯데그룹과 캐논과의 합작사라는 특수성과 관계 측면에서 미래 가치를 고려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과 비교해 원가 중심 생산 구조만 생각했다면 국내 생산을 이어올 수 없었다.

국내 우수한 연구개발(R&D) 역량이 인건비 등 단순한 생산원가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안산사업소는 전 세계 생산거점 중 유일하게 내수영업, 생산, 연구개발(R&D) 부분까지 갖춘 거점이다. R&D가 뒷받침 될 수 있는 한국만의 장점을 살려 인건비 등 단순 원가절감보다 더 나은 성과를 얻고 있다. 단순히 인건비 등만 놓고 중국, 베트남과 비교할 수는 없다.

특화된 생산과 설계 경쟁력으로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전략이다.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경쟁력이다.

또 기업이라면 고용 등 그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새로운 형태의 기업 경쟁력을 만들어낸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매우 부지런한 CEO로 들었다.

▲인천에 산다. 교통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내가 회사에서 제일 빨리 출근할 수 밖에 없다. 입사 27년동안 지각이 없다. 집이 멀어서 오히려 지각을 안한 것 같다. 회사에 6시 30분쯤 출근한다. 통상 업무시간은 8시 30분부터인데, 탄력(유연) 근무제를 시행하는 상황 등을 고려해 결재는 8시부터 한다. 그 이전에는 사무실에 못 들어오게 한다.

최세환 캐논 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 대표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최세환 캐논 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 대표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그런데 첫해부터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다.

▲35주년을 맞이한 우리 회사의 새로운 슬로건은 '뉴 챌린지, 뉴 리더'다. 뉴 챌린지는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뉴 리더는 사무기기 업계의 새로운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중장기 목표를 수립, 실행해오고 있다. 올해가 슬로건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기반한 비즈니스 전환(Business Transformation)에 도전할 것이다. 디지털 신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경영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우리 사업구조에 적합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 육성할 것이다.

물론 올해는 힘든 해가 될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 코로나19 등 '중국 리스크'가 크다. 경제성장률 2.3%로 달성도 만만치 않은 해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올해는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비하며 안정적으로 가고자 한다.

-복사기, 복합기뿐 아니라 산업설비, 의료기기 등 사업군을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다.

▲효율적 생산 운영으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도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

대내외 환경변화로 제조환경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안산공장을 지속 운영하려면 우리만의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 새로운 사업 라인업을 지속 확장하는 이유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안과 장비, 엑스레이 장비, DR(Digital Radiography) 디텍터 등 의료기기를 확대하고 있다. 고령화라는 사회적 변화를 고려해 '안전'과 '안위'에 해당하는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사고 위험 등을 방지하는 네트워크 카메라, 고령화로 인한 건강 관리 수요에 대비한 메디컬 산업 등 분야다.

또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산업설비 부문에 지속적 투자와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캐논이 국내 대기업의 2차전지나 OLED 생산라인 구축에 공급하는 설비 중 일부는 우리가 한국에서 생산, 수출하는 것이다.

5년 뒤에는 신사업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릴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회사 볼륨 부분은 컨슈머 제품 쪽으로, 질적으로는 신사업 쪽을 키울 예정이다.

최세환 캐논 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 대표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최세환 캐논 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 대표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그래도 여전히 회사의 주력은 사무기기다. 이 분야의 경쟁력은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다양하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아직 복사기, 복합기 등이 주력 사업이다.

우리의 강점은 앞서도 강조했듯 R&D와 생산이 함께 이뤄진다. 디지털 복합기 디바이스와 시스템을 모두 자체 개발하고 있는 안산 기술연구소가 그 중심에 있다. 연구소를 기반으로 소비자 요구와 국내 시장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물론 국내 R&D는 각종 부품과 소재 국산화율을 높이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번 상반기 보안 강화에 역점을 둔 신제품 복합기 등을 대대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기대해도 좋다.

-어떤 CEO로 기억되고 싶나.

▲개인적으로 기업 대표의 가장 큰 덕목은 성과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과는 실적 부분도 있겠지만, 실적을 내려면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이다. 사람 관리, 조직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좋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임직원이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회사를 위주로 생각하지만, 그 바탕에는 직원을 생각하는 마인드가 깔려 있어야 한다.【사진1】

모든 중심에 직원이 있다. 물론 회사 실적을 고려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사원이 CEO를 받들어주지 않으면 좋은 실적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회사보다는 임직원 입장에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든 CEO로 기억되고 싶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최세환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대표 "가장 중요한 건 직원, 사람이다"

◆최세환 캐논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 대표는…

한양대 화학공학과와 서강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1993년 롯데캐논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오른 인물이다. 1993년 롯데캐논 생산부문, 기술연구소를 시작으로 2015년 캐논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 경영기획부문장, 2017년 경영지원부문장, 2018년 채널영업1부문장, 2019년 영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9년 연말 롯데그룹 연말 인사에서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정리=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