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신뢰

박지성기자
박지성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2기 망 중립성 연구반'을 구성해 망 중립성 논의에 들어갔다. 망 중립성 연구반의 핵심 과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허용 여부와 범위 등을 결정하는 일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하나의 물리 네트워크를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자율주행차·스마트공장 등 용도에 최적화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핵심 기술이다.

유럽연합(EU)은 5G 시대 대응 효과를 위해 네트워크 슬라이싱 허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미국은 5G 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망 중립성 자체를 폐지,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자동으로 허용됐다.

우리나라는 순탄치 않다. 일부 콘텐츠제공사업자(CP) 진영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일부 대기업에 대해서만 '급행 차로'를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5G 선도국을 자임하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네트워크 슬라이싱에 대한 결론이 지연되며, 5G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EU 사례를 참고했으면 한다. EU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특수서비스'로 규정하고 허용하되 특수서비스가 일반 서비스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우리나라는 통신사와 CP 간 신뢰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우선 허용하되 일반서비스의 불합리한 영향 또는 속도 저하가 발생하면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도입하는 사후 규제 장치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 의심에 막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고, 지킨다면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