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행정 중심부가 흔들려선 안된다

최재필 전자신문 산업에너지부 기자.
최재필 전자신문 산업에너지부 기자.

대한민국 행정 중심부인 정부세종청사에 코로나19가 깊숙이 침투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27명을 포함해 국가보훈처 1명, 보건복지부 1명, 교육부 1명, 인사혁신처 1명, 대통령기록관 1명 등 청사 내 공무원 3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처 간 이동은 금지됐고 급기야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도 3교대 재택근무 지침이 내려졌다. 사상 초유의 사태다.

정부세종청사에는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20개 중앙부처와 15개 소속기관 등 35개 기관이 입주해 있다. 상주 인원은 1만5000여명에 이른다. 청사 내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행정부 집단감염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자칫 청사가 일시적으로라도 폐쇄될 경우 공무수행은 마비되고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리는 국민 불안감은 더욱 가중될 게 자명하다.

정부 당국은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속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빚은 위기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행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청사 감염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매일 KTX와 통근버스를 타고 서울·경기도 등을 오가며 출퇴근하는 공무원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한시적으로 청사 내 일반 민원인 출입을 중단하고 공무원 행동요령에 대한 가이드를 신속하게 마련해 배포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와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저력이 있다. 사스·메르스·에볼라 사태를 겪으며 국지적으로 퍼져나가는 전염병에 대처하는 학습도 충분했다. 엄중한 조처로 사회 안정과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주체가 정부다. 그래서 힘들고 어렵지만 흔들려선 안 된다. 전시 상황에 준하는 비장한 각오로 난국을 헤쳐 나가길 바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