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합당, 절박해야 한다

[사설]통합당, 절박해야 한다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17일 해단식을 열었다. 이미 대표직을 사임한 황교안 전 대표는 불참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앞서 16일 별도로 회견을 연 이후 나타나지 않았다. 지도부 부재로 김빠진 해단식은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재창당에 버금가는 쇄신 작업에 나서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미래통합당은 황 대표가 빠지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상 밖 참패로 당분간 정상적인 당 활동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은 제1야당이라는 명성이 부끄럽게 참패했다. 여당은 전체의 3분의 2에 조금 모자라는 180여석을 가져갔지만 야당은 고작 전체의 3분의 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여러 논평이 흘러나온다. 국민이 '거대야당'을 만들어 준 배경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미래통합당이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정치는 상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인이 못해도 상대방에 따라 유리하게 흘러가기도, 잘해도 상황이 도와주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빠질 수 있다. 이런 분석은 정확한 상황 판단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핑계거리만 추가할 뿐이다. '정국 안정론' 혹은 '야당 심판론' 모두 뒤집으면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자기를 중심으로 놓고 봐야 한다. 그래야 개혁 방향이 명확해진다. 유권자는 정치 권력의 팽팽한 균형과 견제를 원한다. 유권자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참패로 끝난 배경을 야당은 심각하게 곱씹어봐야 한다. 결국 '절박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안일한 상황 판단, 리더십 부재, 대안 없는 비판, 트집 잡기식 정책공방 등에 몰두했고 선거기간도 전략 부재에, 공천 파동과 막말 논란으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모두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활을 걸고 뛰어도 시원찮은 판에 여전히 잇속을 챙기려는 꼼수를 부렸다. 국민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출발선에 서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재창당 이전에 과연 절박한 존재 이유가 있는 지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