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오해와 진실

[ET단상]'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오해와 진실

지난해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기업 세일즈포스닷컴의 조사 결과 80%의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시도했지만 이에 성공한 기업은 3% 미만에 그쳤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처참한 결과가 초래됐을까. 다양한 실패 요인이 있겠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홍보 또는 고객 확보를 위한 퍼포먼스 측면에서 단순 해석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마케팅 모델로 전환하는 핵심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지털은 '인프라(Infra)'이다. 소비자 참여와 확산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결과물보다 디지털을 이용해 어떻게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Connectivity)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은 네트워크(Network)이지 미디어(Media)가 아니다. 이것을 TV 채널처럼 여기지 말아야 한다.

2018년 2월 6일에 공개된 싼타페. 소비자들은 언제쯤 신차 출시 정보를 알게 됐을까. 2015년 1월에 이미 소비자들은 2018년 출시 계획뿐만 아니라 TM이라는 코드명까지도 인지하고 있었고, 8월 TM 동호회를 신설해 스파이샷을 기반으로 한 예상도까지 공유하고 있었다. 이후 출시된 팰리세이드, GV80도 싼타페와 비슷한 과정을 걸치면서 신상품 발표 시점까지 최대한 숨기려 한 기업의 힘을 뺐다.

비단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전자제품, 패션, 먹거리 등 품목과 상관없이 이미 소비자는 많은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내고 공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아직도 많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전통 마케팅에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전략을 추가·변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

이는 상당수 광고대행사가 디지털의 본질에 집중하기보다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미디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며, 콘텐츠가 트래픽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 자체에만 관심을 두고 '트래픽이 최고다(Traffic is KING)'라는 전통의 광고 성공론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이노션은 주소가 아닌 위치 기반 배달주문관리 서비스를 특허출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문 후 배송까지 전 과정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한 요식업 고객사에 제안한 적이 있지만 돌아온 피드백은 다음과 같았다. “서비스는 됐고요, 화제가 될 만한 유튜브 필름이나 만들어 주세요.”

이제는 스포츠용품을 만드는 '언더아머'처럼 커넥티드 피트니스(Connected Fitness)로 업을 새로이 규정하고 제품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 건강정보를 분석하거나 요리기구업체 '메이어인더스트리'처럼 예쁘고 튼튼한 냄비가 아니라 '서비스화된 부엌'으로 전환하는 등 디지털을 새로운 고객 경험 인프라로 활용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이노션도 단순히 인구통계학 데이터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나 행동 특성·위치까지 고려한 타깃 맞춤별 접근을 통해 무인테스트 드라이빙 서비스, 차량 교환 플랫폼, 인공지능(AI) 기반 미디어랩 등을 육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체 디지털 제품 생산과 미디어 커머스 시장 진출, 국내외 디지털 특화 에이전시 대상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전통 광고 기획자보다 디지털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이 더 많아진 것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위한 광고회사의 당연한 변화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겠다.

모든 기업이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핵심은 소비자를 설득하고 자극하는 콘텐츠 아이디어가 아니라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핵심 가치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경험과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우선 실행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한다면 우리 눈앞에 성공이라는 기회가 펼쳐질 것이다.

김정환 이노션 넥스트솔루션본부장 kjw@innoce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