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초연결사회의 덫

지구촌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 만에 전 세계를 오갈 수 있는 '초연결사회의 덫'에 걸려 발버둥이치고 있다. 6개월 동안 수십 억의 인류가 뾰족한 처방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입국 금지라는 1차적 대응에 급급하다. 6개 대륙의 각 나라는 국경 차단을 통해 파편화·분절화를 택했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긴급 처방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증요법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순 없다. 특히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공급체인망 측면에서 부품 소재 공급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한다. 실제 지난 3월 일부 자동차 메이커들은 부품이 모자라 공장 조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상당수의 부품과 원·부자재 수입이 막혔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방의 건설 현장과 공장은 부품 수급이 막혀 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적시생산방식이 코로나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분업화가 재난 비상사태에서는 비효율적이었다. 이 같은 글로벌화의 역습은 주요 기업 실적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유와 여행업계 등 특수 업종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은 예상외로 나쁘지 않았다. 우리 산업의 버팀목인 반도체가 선방했다. 네이버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깜짝 실적을 거뒀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2분기 성적은 코로나19 영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 특성상 경영지표가 좋지 않을 게 분명하다. 주요 수출국이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에 휘청거리고 있는 탓이다. 코로나19 여파는 2분기부터 수출 전선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플러스 성장은 요원해진 상황이다. 경기가 침체하다 급반등하는 'V자' 역시 가물가물해졌다. 다만 5월 이후 경제산업 대응책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U자' 반등은 조심스럽게 기대해 볼 수 있다.

가장 나쁜 경우의 수는 불황 장기화다. 코로나19로 '3저 불황'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저금리에 이어 저유가도 현실이 됐다. 저물가로 이어진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속단할 순 없지만 장기불황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디플레 조짐이 보이면 경제 주체는 소비를 미룰 것이다. 기업들 역시 투자와 고용을 축소할 개연성이 커진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를 재신임했다. 힘을 실어 줬다.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줬다. 우리나라 방역 성공에 대한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역시 60%를 웃돌고 있다. 현 정부와 여당은 사실상 중간평가에서 예상 밖의 후한 점수를 받았다.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더라면 총선 결과는 어떠했을까. 박빙의 승부였거나 야당이 우세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현 정부의 경제 분야 실정을 잊도록 만들었다. 비상시국에서는 모든 게 용서될 수 있다.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인상 등 논란이 된 정책이 '코로나 마스크'에 가려졌다. 문제는 경제다. 코로나는 코로나고 경제는 냉혹한 현실이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에 묻는다.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서 어떻게 산업계 판을 짜야 하는가. 국내 기업, 특히 제조업체에도 공급망(SCM)에 대한 숙제를 던졌다. 코로나19는 새로운 혁신의 시작점이다.

[데스크라인]초연결사회의 덫

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 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