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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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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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당국과 다른 부처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예산을 두고 배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부처도 다 그럴 것이다. 이는 예산을 논의하는 과정으로 봐야지 갈등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예산 배분을 두고 논의하는 과정을 부정의 눈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언론이 정부 부처 관련 기사를 다룰 때면 통상 '지지부진' '엇박자' 같은 낱말을 붙이곤 한다.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예산 배분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을 수립할 때면 정부 부처 간 갈등은 필연이다. 부처 간에 고유 업무 영역이 있지만 이를 무 자르듯 딱 구분할 수는 없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고 융합 신산업이 떠오르면서 부처 간 사업·정책 간 경계선은 더 모호해지고 있다. 신산업 연구개발(R&D)을 놓고 주관 부처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신산업 국제표준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예전처럼 한 부처만 나서서 대응할 수 없는 형편이다.

부처 간에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거를 끌어들이면서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은 더 많아질 것이다. 부처 간 협의 과정을 무작정 '밥그릇 싸움'으로 깎아내릴 수는 없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야 탄탄한 정책이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부처는 내년도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정책의 큰 방향으로 제시했다. 각 부처에서도 앞다퉈 세부 정책을 만들고 있다. 치열한 갈등을 통해서라도 꼭 필요한 정책과 예산이 마련되고 실행되길 기대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