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박영태 캠시스 대표 "시대변화가 곧 기회...기술중심 회사로 신사업 선제 발굴"

박영태 캠시스 대표,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영태 캠시스 대표,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는 세계적 경제·산업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바꿀 엄청난 기회입니다.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이 새로운 시대에 강자가 될 것입니다. 캠시스 역시 이미 수년전부터 준비해온 기술 기반의 신사업이 곧 빛을 보게 됩니다.”

박영태 캠시스 대표이사는 '코로나19'가 가져올 새로운 산업시대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이 남달랐다. 회사의 끊임없는 변화를 주도하며 이미 미래 신수종 사업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1993년 설립된 캠시스는 반도체 장비 업체로 출발해 연간 1억개의 휴대폰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이었지만, 전체 매출의 99%가 카메라 모듈에서 나올 정도로 특정 대기업 의존도가 높았던 회사였다.

이런 상황에 박 대표는 2012년 취임 직후부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전장IT, 생체인식 보안, 전기차 등에 사업을 키워왔다. 최근 들어 그 성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2012년 당시 회사 매출의 99%가 한개 고객사에만 의존하는 형태라 고객사 다변화와 사업 다각화부터 먼저 집중해 챙겼다”며 “끊임없는 내부 토론과 현장 조사를 거친 끝에 카메라 모듈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장부품과 초소형 전기차, 초음파 지문센서 사업까지 진행했고 올해부터 그 성과물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캠시스가 완성 초소형 전기차 사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연구개발 끝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차량제어장치(VCU), 인버터(Inverter) 등 전기차 핵심부품인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을 개발했고 국내에 독자 생산까지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투입된 R&D 인력만 국내 중소·중견기업 통틀어 가장 많은 50명에 달할 만큼 완성차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초소형 전기차와 함께 미래 신수종 분야로 밀고 있는 비대면 솔루션 생체인식 기술 사업도 빛을 발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박 대표 주도로 2014년 캠시스가 인수한 베프스(BEFS)는 생체인식 보안 분야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금 투자에 따른 다년간의 기술 고도화로 최근에 일본 TDK의 중국 자회사인 SAE 마그네틱스와 모바일용 초소음파 지문인식센서 기술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며 판로까지 개척해 놓은 상태다. 이 기술은 초음파로 지문의 깊이·혈류 등 생체정보를 분석, 지문의 위·변조를 막는 차세대 생체인식 기술이다. 현재 경쟁사는 미국 퀄컴 등 손에 꼽힐 정도로 미래 가치가 크다. 캠시스가 보안 분야 투자를 통해 확보한 국내외 원천 기술 특허만 49건에 달한다.

박 대표는 “초음파 지문센서는 모바일뿐 아니라 금융·자동차 스마트키 등으로, 초소형 전기차는 소형과 상용차로 라인업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캠시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어느 한 분야에 경직되거나 머무르지 않고, 모든 기술기반 사업에 유연성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박영태 캠시스 대표 "시대변화가 곧 기회...기술중심 회사로 신사업 선제 발굴"

대담=홍기범 전자자동차부 부장

-캠시스의 대표이사가 된지 9년이 됐다. 지금의 캠시스는 어떤 기업인가.

▲1990년대 초 설립 당시 반도체 장비가 주력이었던 캠시스는 현재는 카메라모듈, 전장IT, 초음파 지문센서, 완성 초소형 전기차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캠시스는 하나의 모양으로 한 곳에 머물지 않는 '물'과 같은 회사다.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잘 어울리는 그런 회사를 추구한다. 변화에 미리 대응해 언제나 신사업 모델을 발굴해 가는 기술이 강점인 회사다.

-회사의 주력인 카메라 모듈 사업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가격은 물론이고, 수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이 당분간은 우상향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스마트폰 제조 기술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면서 스마트폰 차별화를 갖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카메라이기도 하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 중요성이 계속 부각되고 있다. 다만 카메라 모듈 수가 이미 많이 늘어난 만큼, 물리적 숫자 보다는 각각 카메라 기능과 기술 고도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시장 전망은 밝다고 본다.

-캠시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기술력이다. 주력 사업인 카메라 모듈에서도 고객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플래그십 모델부터 중저가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의 모델을 이미 수년치 수주한 상태다. 특히 카메라모듈 부문 연구개발(R&D) 투자비가 전체 매출의 약 3~4% 정도 되는데, 이는 2012년 전체 매출의 1.2% 수준에서 보면 3배가량 증가했다.

우리의 대표적 R&D 사례가 초소형 전기차다. 우리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외산차를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자체 기술로 설계하고 해외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현재 전남 영광에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어 조만간 국내 직접 생산도 하게 될 것이다. 현재 초소형 전기차 R&D 인력만 50명에 달한다. 우리는 우수한 R&D 역량과 생산·품질 기술에 자부심이 있는 기업이다. 초소형 전기차는 앞으로 소형이나 상용차 등으로 라인업을 넓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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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전기차 사업을 시작한 건 쌍용차에서 20년 넘게 있었던 배경이 가장 컸다. 2012년 캠시스로 올 때만 해도 휴대폰용 카메라모듈 제조만 하는 중견기업이었다. 오랜 사업 진행으로 이미 카메라모듈 분야에서 수익성이 확보된 상황이었지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새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업 다각화를 생각했다. 당시 카메라모듈 기술을 바탕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서라운드 뷰 모니터(SVM)' 등 자동차 전장부품이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완성 초소형 전기차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초소형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수가 훨씬 적고,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도 시장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또 지금의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봤을 때 멀지 않아 초소형 전기차를 규정하는 세그먼트 기준도 나오게 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초소형 전기차 사업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내연기관 완성차는 중소·중견기업에겐 불가능한 사업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중소·중견기업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우리는 2015년부터 초소형 전기차 개발을 시작했다. 최근에 느끼는 것이지만, 초소형 전기차 사업은 오히려 대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다. 초소형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대기업이 이 정도 가격을 맞추기는 힘들고, 가격에 맞춰 사양을 낮추는 것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여러 여건을 볼 때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초소형 전기차와 소형 승용 및 상용차 위주로 완성차 사업을 벌일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의 제조, IT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과 베트남에도 곧 초소형 전기차 사업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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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전기차 시장 전략은.

▲관련 시장이 초기 단계인 지금 상황에서는 B2G, B2B 시장에 집중하고, 궁극적으로는 B2C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초소형 자동차가 오토바이보다 훨씬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차량 크기에 대한 시장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B2G, B2B 시장을 먼저 공략할 것이다.

우선 초소형 전기차는 현장 관리나 순찰, 단지 내 근거리 이동 등 정부기관이나 기업에서 활용할 곳이 많다. 더욱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요구도 생겨나고 있다. 도심형 젋은층의 이동 차량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많은 변화를 거치다 보니 정부에 할말이 많을 것 같다. 정부에 바라는 점은.

▲우선, 초소형 전기차 사업을 진행하는 대다수의 회사는 영세한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다. 당연히 국내외 대기업에 비해 자금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적어도 시장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를 때까지 정부나 공공기관이 초소형 전기차를 적극 도입해 시장을 이끌어줬으면 한다. 우정본부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또 현행 초소형 전기차 운행 규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이용자가 많아지고, 제품도 다양화 되고 있지만, 현행법 상 자동차 전용도로 운행 등에 명확한 기준이 없이 초소형 전기차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모빌리티를 활용한 공유서비스 업체들이 다양한 서비스 모델를 내놓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를 별도의 교통수단으로 보아야 하는데, 국내의 경우 법제도와 규제가 명확하지 않으니 안전이나 주행 관련한 모든 사항을 일반 승용차 기준에 맞추어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관련 기업들이 이모빌리티 사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국내 이모빌리티 산업 육성을 위한 시각에서 관련 법규 제도를 다시 한번 검토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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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태 캠시스 대표이사는

박 대표는 1961년 경상남도 함양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회계학과와 동대학원 산업경영 석사를 마치고 198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재무회계 팀장과 상무를 지냈으며 2009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때는 회사 대표를 맡았다. 2012년 쌍용차 퇴직한 뒤 캠시스 대표를 맡아 카메라 모듈사업 이외 초소형·소형 전기차와 초음파 지문센서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2019년에는 동반성장위원회 위원과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초대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정리=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