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반도체 허브 밑그림 그려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또 한번의 위기를 딛고 재도약할 기회를 맞고 있다.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생산 기반을 확충하거나 국내 기업과 협력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소부장 국산화 및 수급 다변화가 절체절명의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핵심 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기업들을 움직이게 했다. 해외 소부장 업체들은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소부장 업체로서도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이에 따라 한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글로벌밸류체인(GVC)의 변화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는 이 같은 변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술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최우선적으로는 해외 기업들의 한국 투자를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화평법과 화관법으로 대표되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규제도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도록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개방성과 탄력성도 높여야 한다. 우수한 해외 기업들과 협업해 선진 기술을 개발하고 선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동 연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위기는 기회고, 그 기회를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은 기술뿐이다.

정부도 최대 수출 상품이자 대표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용인에 구축될 예정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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